바이든이 문재인을 만나려했던 이유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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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미중 갈등을 '무역전쟁'(trade war)이란 용어로 기술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인데, 막상 미국 외교관이 악화된 미중관계를 표현하는 그런 용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상황을 '공식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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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미중 갈등을 '무역전쟁'(trade war)이란 용어로 기술하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학술 세미나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정부의 태도다.
베이징 주중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에게는 특별한 지시사항이 내려졌다. '무역전쟁'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자리에서는 더더욱 용어 사용에 주의하라는 당부였다. 대신 '무역긴장'(trade tension)이란 용어를 사용하라 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인데, 막상 미국 외교관이 악화된 미중관계를 표현하는 그런 용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상황을 '공식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지만 달리 보면 이런 것을 '외교적 처신'이라 하는 듯싶다.
미국은 전임 한국 정부를 대할 때도 놀라운 외교적 처신을 보여줬다. 당시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의 '친중 경사론'에 대한 우려와 대북 관여정책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유세(遊說)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전임 정부 시절 공공외교 워싱턴 현지 실사를 한 적이 있는데 놀랐던 것은 당시 한미관계가 사드 파동으로 삐걱거리던 한중관계보다 더 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 자리에서는 연신 한미관계가 '양호하다'고 했다. 사석에서 털어놓은 불신·불만과 온도차가 컸다.
한국 정권이 바뀐 후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밥 메넨데스 의원이 7월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행사에 참석해 "지난 몇 년간은 한미동맹에 힘든 시기였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미국의 '외교적 처신'은 한국 국내정치에서 당파적 해석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싶다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양 지도자 개인 간 돈독한 관계를 표시한다거나, 혹은 미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 역할을 부탁하려고 한다는 억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작 던졌어야 할 질문은 '사이가 불편했으면서 왜 굳이 만나려 했을까?'였을 것이다.
해답은 숫자 '0.73%'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긴 근소한 득표차다. 이는 한국 유권자의 절반은 여전히 진보 성향이라는 의미로 미국은 해석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어 온 동맹 강화 차원에서 더욱 광범위한 한국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공공외교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즉, 불편한 관계였던 문 전 대통령과 만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국 유권자의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를 견인하려 했던 것이다. 한국의 극심히 분열된 정치 생태계에서 향후 대선에서 집권당이 바뀔 수도 있다는 포석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결국 미국이 상대하는 것은 '대한민국'이지 한국의 특정 정파가 아니다.
이는 꼭 미국 외교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것도 같은 이치다. 1인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 주석이 군림하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지만, 한국은 좀 더 '멀리 보는' 외교적 안목으로 접근한 듯싶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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