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 이만기 ‘천하장사 기록’ 깨고 싶어요”

백승목 기자 2022. 12. 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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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 등극 울산대 김민재
김민재 장사는 ‘위더스제약 2022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받은 천하장사 상패를 들어보이며 “최선을 다해 선수 생활을 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대 제공
힘·기술·순발력 갖춘 들배지기 명수…올 생애 첫 백두장사 ‘꽃가마’
“성적 부진 때 진로 고민도…어린 선수들 미래 걱정 없이 훈련했으면”

지난달 13일 울산시 울주군 작천정운동장 씨름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2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장사 결정전에서 울산대 2학년 김민재 장사(20·스포츠과학부)가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대학생이 천하장사에 오른 것은 이만기 장사(당시 경남대 체육과 2년·현재 인제대 교수) 이후 무려 37년 만이다. 이만기 장사는 1983년 초대와 2대를 비롯해 1985년 4대·6대·7대 천하장사에 오른 바 있다. 김 장사는 이번 천하장사 결정전(5판3승제)에서 서남근 장사(수원특례시청)를 내리 3 대 0으로 제압하는 등 올 들어 출전한 각종 씨름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거듭했다.

앞서 그는 올해 시·도대항 대회, 학산배, 선수권대회 등 정규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또 지난 4월 전국씨름선수권대회 선수권부 장사급에서 일반부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6월 단오 대회에서는 생애 첫 백두장사 꽃가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생 스타’의 탄생으로 씨름에 관한 젊은층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 1일 울산대에서 만난 김 장사는 아직 앳된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천하장사가 된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얼떨떨했다”면서 “예선전을 치르는 과정에서는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고, 막상 8강에 오른 뒤에는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씨름인생은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됐다. 당시 장흥군에서 매년 1회 열린 초등학교 씨름대회에 참가해 3학년부 우승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씨름부가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씨름을 배웠고 구례중학교·여수공고를 거치면서 기량을 닦았다.

하지만 그의 선수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김 장사의 아버지(51)는 씨름선수가 되겠다는 초등학생 아들의 뜻을 만류했다고 한다. 김 장사는 “두 형제 중 장남인 제가 미래가 불투명하고 몸을 상하기 쉬운 운동을 하는 대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기를 바랐다”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래도 씨름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노력해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씨름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중도 포기자가 되기 싫었고 나름의 오기가 발동하면서 연습을 더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주명찬 울산대 감독(48)은 “김 장사는 씨름 체급 중 가장 무거운 백두급이지만, 힘·기술·유연성·순발력 등 뛰어난 장사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면서 “그의 특기인 ‘들배지기’는 경기 때마다 위력을 발휘해 상대를 모래판에 내다 꽂는다”고 말했다.

키 190㎝ 몸무게 140㎏의 김 장사는 하루 총 7~8시간을 훈련한다. 그는 “주로 근력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동계 훈련은 마치 ‘극기훈련’ 같은 기간이다. 방학기간이어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씨름경기 시즌이 이듬해 3월부터 시작돼 그전에 몸을 만들고 기술력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대씨름부 11명 중 백두급은 김 장사를 제외하면 1명뿐이어서 연습상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인근 고교·실업팀 씨름부의 백두급과 종종 합동훈련을 한다.

그는 “선수생활 중 저의 모델은 이만기 장사님이지만, 최종 목표는 이 장사님의 천하장사 기록을 깨는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해 선수생활을 한 다음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씨름을 크게 부흥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씨름이 축구·야구 같은 인기종목에 비해 각계의 후원과 협찬이 적은 것이 아쉽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미래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다면 씨름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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