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는 선물 안 주는데…‘불매운동’에 울고 있는 SPC, ‘산타선물’ 받을 자격 있나
20대 제빵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휘청’
크리스마스·연말 대목 맞아 매출 만회 시도
월드컵 계기로 은근 슬쩍 ‘판촉’ 행사 재개
영업 행태 놓고 소비자들 시선은 ‘싸늘’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39)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에서 케이크를 구입해 가족파티를 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동네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해놨다.
한 달여 전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고개를 숙였던 SPC가 은근슬쩍 대규모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나서자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5일 제빵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에 울상 짓던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 등 SPC 계열사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본격적인 연말 시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18일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최대 25% 할인하는 행사에 들어갔고, 배스킨라빈스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스누피 담요를 굿즈로 제시하며 연말 특수를 노리고 있다.
또 SPC 삼립호빵은 ‘호찜이 법랑 에디션’ 한정판매에 돌입했고, 던킨은 신제품 소개와 함께 50% 할인 등 경쟁적으로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SPC 계열사들이 총출동한 것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 제빵업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일반 빵과 달리 케이크는 가격이 비싼 데다 이즈음이 1년 중 수요가 가장 많다. 올해도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홈파티를 즐기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고,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달 중순까지 펼쳐져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편이다.
그러나 SPC의 이 같은 영업 행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SPC는 지난 10월15일 계열사 SPL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당시 현장 바로 옆 생산라인을 가동하는가 하면, 고인의 빈소에 SPC 빵을 상조품으로 전달해 비난받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했지만, 며칠 뒤에는 또 다른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엔 고용노동부 감독을 받던 SPC삼립 직원이 당국자의 서류를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SPC 계열사가 입은 타격은 컸다. 실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겨울철 대표 간식인 삼립호빵이 50% 할인에 1+1 행사를 해도 잘 팔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빵은 남아돌고 있다. 전국 3500여개 파리바케뜨의 매출은 가맹점마다 약 30%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SPC가 불매운동으로 감소한 매출을 월드컵과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로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SPC 불매, 최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해야 함” “SPC호빵 반값으로도 안 팔리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다른 게시판에는 ‘알아두면 좋은 SPC그룹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그래픽을 비롯해 직접 대형마트에서 찍은 호빵 사진 등을 게재하며 SPC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SPC 측은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는 경찰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달 안전경영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전 계열사가 노동, 환경, 사회적 책임 등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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