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청년 전세대출, 반년 새 5% 육박…뒤통수 맞은 느낌”
일반 전세대출 상단 7.33%, 원금 상환 서둘러…대출 잔액 빠르게 감소
은행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연 6~7%까지 오르면서, 차주(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취업, 결혼 등의 이유로 전셋집을 구하던 청년들 중에는 고금리 부담 탓에 월셋집을 선택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이날 현재 연 5.27~7.33%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5.17~6.64%)과 비교하면 하단이 0.1%포인트, 상단은 0.69%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만 최저금리(5.27%)가 연 5%대 초반이고, 나머지 3개 은행은 최저금리가 5%대 후반이거나 6%대 초반이다. 금리가 5%대 초·중반인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뛴 것은 이들 상품의 지표가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96%였던 코픽스는 10월 3.40%, 11월 3.98%로 올랐다.
전세대출이 있는 차주들은 급격히 오른 금리에 한숨을 쉬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연 6%대로 갱신됐다는 은행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종전에는 이자가 월 9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월 150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전세대출이 있는 차주들도 고금리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청년 전세대출 금리는 일반 전세대출보다 1~2%포인트 정도 낮긴 하지만, 차주의 소득 수준도 낮은 경우가 많다.
올해 초 서울에 전셋집을 구한 직장인 박모씨는 “청년 전세대출 금리가 2.7% 정도였는데 6개월 만에 4.97%로 갱신됐다”며 “연 7%라는 일반 전세대출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은행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종시에서 취업한 또 다른 박모씨(25)는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하기 위해 전세를 알아보다가 월세로 방향을 틀었다. 박씨는 “전세를 구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를 생각하면 월세와 비슷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5000만원, 월 30만원에 월셋집을 구했다.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전세대출 차주들은 원금 상환을 서두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과 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10월부터 감소 전환했다. 줄어드는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10월에는 전달 대비 1351억원 감소했고, 지난달엔 1조원에 육박한 9978억원이 줄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11월 전세대출 증가분은 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7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전세보다 월세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세대출 감소 추세는 당분간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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