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꼭 필요하죠…성소수자 의료 교육
막상 의사로서 적절한 말 하기 어려워”
국내 의대 최초 강의
서울대 윤현배 교수
#“여성으로 성확정 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생물학적 남성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들’에게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 믿는 어머니에게 의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건강검진 이후 면담을 요청해 온 환자가 계속 무언가를 말하길 주저한다. 사실 그는 자신이 ‘트랜스젠더 남성’임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중이다. 의사는 그의 두려움과 궁금증을 적절히 헤아릴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현배 교수(사진) 연구팀은 지난 1~2월, 위 상황에 대한 역할극을 포함한 ‘트랜스젠더 의료교육’을 진행했다.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8명이 참여했다. 그들은 교육 중 개인의 가치관과 충돌을 느껴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교육 내용을 적극 수용하기도 했다.
한국의학교육학회지(KJME) 12월호에 게재된 윤 교수팀의 논문 ‘트랜스젠더 의료교육 참여 학생들의 내적 변화에 대한 질적 연구-전문직 정체성을 중심으로’는 이 수업 전후 학생들의 심리 변화를 분석했다. 논문은 4차시에 걸친 수업(이론 2시간·실습 2시간)이 학생들의 편견을 줄였다고 평가한다. 실습 수업 중 역할극에서 학생들은 돌아가며 의사, 환자, 관찰자가 되어 보았다.
연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스스로 성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역할극에서) 의사로서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성소수자들이 새로운 의료진을 만날 때마다 겪을 심리적 부담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 참여자도 있었다. 교육에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도 있었다.
연구를 이끈 윤 교수는 작년 서울대에서 국내 의대 최초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를 개설했다. 그가 속한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는 지난 8월 필자 14명과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북 <차별 없는 병원>(휴머니스트)을 출간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5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트랜스젠더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의료환경”이라며 “누구든 바로 건강검진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실시한 첫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직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들었다는 비율은 동성애자·양성애자 집단(858명)에서 10.4%, 트랜스젠더 집단(90명)에서 20.5%였다.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진료실에 들어오는 모든 환자가 이성애자나 시스젠더일 것이라 함부로 짐작하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시스젠더는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서울대 의대는 올해 봄학기에 본과 2학년 학생 전체가 성소수자 의료개론 수업(1시간)을 듣게 했다. 성소수자 의료개론 수업을 필수로 지정한 국내 첫 사례였다.
윤 교수는 “성소수자 의료교육은 이제 시작”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관련 수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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