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감사 대상 공무원이 제보자에 “봐달라” 회유

이홍근 기자 2022. 12.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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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연 원장 공모 절차 중
대구 공무원 ‘입김’ 의혹
패션연 관계자 공익 제보
“시 감사실서 신분 노출”
권익위에 신분보장 요구

대구시 공무원이 자신에 대한 감사를 무마하려고 공익제보자에게 회유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제보자는 해당 공무원이 “감사관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감사관실이 자신의 신원을 노출했다고 의심한 제보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은 지난해 2월 제5대 원장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후보 A씨는 서류심사에서 합격했지만, 이후 A씨가 사기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입건돼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패션연 이사회는 합격을 취소했다.

이후 이사회는 돌연 결정을 뒤집어 A씨를 합격 처리했다. 패션연 관계자 B씨는 대구시 공무원 C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받고 같은 달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C씨는 당시 대구시에서 패션연을 담당하는 과 소속 팀장으로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C씨와 간담회에 함께 참여했던 내부 직원은 C씨가 “(후보) A씨를 제외하면 대구시 사업을 공모제로 바꾸겠다” “후보들의 부조리를 심사위원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권익위에서 증언했다.

C씨 사건은 권익위와 대구경찰청을 거쳐 대구시 감사관실로 이첩됐고, 감사관실은 지난해 9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감사를 종결했다. B씨는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말해 이첩에 동의했으나 한 번도 부르지 않고 결과만을 통보했다”며 같은 달 감사관실에 이의신청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B씨에 따르면 C씨는 같은 해 10월19일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C씨는 통화에서 “감사관실에서 연락이 왔다”며 “이거 뭐 한 번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B씨가 감사실에서 뭐라고 했는지 묻자 C씨는 “B씨가 이의신청을 했다길래 뭐 B씨 마음에 안 들고 그랬겠습니까마는 (이의신청 취소를) 부탁드리려고요”라고 말했다. 결국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B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C씨 사건을 종결했다.

B씨는 자신이 이의신청한 사실을 감사관실이 피감자인 C씨에게 노출해 회유 전화를 받게 되었다며 지난 9월 권익위에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B씨는 “감사관실이 공익제보자의 신분을 피신고자에게 노출했고, 각종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행위로 예산을 지연 지급하는 등 기관 운영을 마비시켜 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통화에서 “B씨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제보자의 신원정보를 흘린 게 아니다”라면서 “C씨가 평소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B씨가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해 전화를 건 것 같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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