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이상민 파면’ 찬반투표한 공무원들 징계 지시했다
전공노 “정당한 노조행위를 방해…이 장관 직권남용 고발”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의견을 물은 ‘정부 정책 찬반투표’와 관련해 각 기관에 참여 공무원 명단을 제출하고 징계 조처까지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투표 진행에 앞서 행안부가 ‘참여 금지’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본격 징계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전공노 측은 이와 관련, 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날 전공노와 행안부 설명을 종합하면, 행안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17개 시·도 자치행정국장 3차 영상 회의에서 ‘전공노 정부 정책 찬반투표 조치계획’ 문서를 공유했다. 이 문서에서 행안부는 각 지자체에 “(정부 정책 찬반투표를 진행한 공무원에 대해) 신속한 감사 및 징계 절차를 실시”하고 “행위자 특정 가능 시 양식에 맞게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전공노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부 정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에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 장관 파면·처벌’에 관한 찬반 항목이 담겨 있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이를 포함해 최저임금, 사회서비스 민영화, 법인세 인하 정책 찬반 등 4가지 사항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 임금 인상 등을 제외한 항목들은 순수하게 공무원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합법적인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조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노 측은 이 장관 파면 찬반투표 문항이 공무원의 노동조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이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의 수장이 아닌 일선 공무원에게 전가되면서 직원 사기가 저하되는 등 노동조건과 연관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전공노 측은 투표 결과 83.4%가 이 장관 처벌·파면에 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노는 이날 오전 이상민 장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사전예방을 소홀히 한 데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추가했다.
김하경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공노의) 이번 투표는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조직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조합원들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그 의견을 수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조합원 투표가 위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 장관도 알고 있었을 텐데 금지조치를 내린 것은 정당한 노조 행위를 방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번주부터 행안부 등 ‘윗선’을 향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말 동안 서울시, 서울재난본부 소속 직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비롯해 추가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보강 수사와 경찰청 특별감찰팀 자료 분석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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