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해외 경찰서

손제민 기자 입력 2022. 12. 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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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확인한 중국의 불법 해외 경찰서가 운영되는 국가. 한국은 지난 9월 보고서에는 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제공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에 근접한 나라를 꼽자면 미국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국은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경영한 과거의 제국주의와는 조금 다르다. 미국의 정치학자 찰머스 존슨은 미국을 ‘군사기지의 제국’으로 규정했다. 존슨은 자신의 저서 <제국의 슬픔>에서 미국이 가진 최소한 700여개의 해외 군사기지가 미국의 상업적 이익 보호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며, 이들이 미국인을 포함한 세계인들을 어떻게 감시하는지에 주목했다. 존슨은 이런 군사 제국주의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축시킨 것은 물론 정치·경제·도덕적 파탄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제국’ 미국의 도덕적 파탄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중앙정보국(CIA)의 ‘특별 범죄인인도’와 ‘향상된 심문기법’으로 불린 고문 관행이다. 2001년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행정부하에서 CIA는 수백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해 이집트, 예멘 등의 CIA 비밀감옥으로 이송한 뒤 잔인한 고문을 자행했다. 2014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조사 결과, CIA는 2002~2008년 119명을 테러 용의자로 잡아들여 39명을 고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문이 사실상 허용된 나라들에서 해당국 정부 방조하에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해외 경찰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스페인 소재 인권단체 세이프가드디펜더스가 최근 공개한 ‘해외 110(110 Overseas)’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이탈리아 등 최소 53개국에 102개 이상의 해외 경찰서를 두고 있다. 110은 중국의 경찰 신고 번호로 경찰서를 뜻한다. 이 시설들은 푸저우·원저우 등 중국 지방 공안국의 해외지부 역할을 하며 해외 중국인들을 감시하고 본국으로 송환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를 비판하다가 이 기관에 체포돼 송환된 사례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일부 국가가 협조한 정황도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의 여권 재발급 같은 행정 편의를 봐주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사업무를 하는 재외공관이 있음에도 자경단 비슷한 조직을 꾸려 사실상 법집행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중국은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힘이 세질수록 중국 역시 미국의 ‘제국’ 행태를 닮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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