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파업,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노동자 적대하는 대통령

김미나 2022. 12. 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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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겨냥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노동자 파업을 국가안보 위협에 견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향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내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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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화물연대 파업 안보 위협에 빗대
“원칙 세워야” 강경 발언 쏟아내
노동계 “노-정을 대결 관계로 봐
윤 대통령이 사회 갈등 더 키워”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겨냥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노동자 파업을 국가안보 위협에 견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향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내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에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핵 문제도 원칙에 따라 대응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공갈·협박 전략과 민주노총의 행태가 똑같다는 이야기”라며 “과거처럼 타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이야기였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도 참석해 “자유와 연대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교계 행사에서도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염두에 두고 강경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뒤 “불법과 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쟁의 행위에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지난 2일 내부 회의),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지난 4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이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왜곡된 메시지를 부각하는 데 대통령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6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노-정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6일 열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정례 국무회의에서는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준비는 다 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당장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정도의 고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 쪽의 경우, 군 탱크로리와 대체 인력 투입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있으며, 철강 부문은 수급 여력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는 지난 6월7일부터 8일간 이어진 화물연대 1차 파업 당시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하면서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경영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민주노총·노조 혐오’ 정서에 기반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모든 국민을 아울러서 국정을 펴야 할 대통령이 화물연대에 적대적인 막말만 일삼는 건 노조 파업에 인색한 여론조사를 등에 업어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때문일 수 있다”며 “사회 갈등 사안에 한쪽 입장만 대변하며 적개심에 불타는 듯한 얘기만 함으로써 대통령이 사회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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