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헌법 폐기" 주장...공화당도 '손절각'?

장수현 2022. 12.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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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사기'를 뒤집기 위해서라면 헌법도 폐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 등이 개입해 조 바이든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을 덮는 '사기'를 저질렀으므로, 선거 결과는 물론 모든 규칙, 심지어 헌법도 폐기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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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바이든 일가 의혹 기사 '이례적' 차단"
정부 개입 근거 없다는데…트럼프 "민주당과 유착"
"트럼프치고도 극단적"…공화당도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2024년 세 번째로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사기'를 뒤집기 위해서라면 헌법도 폐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 등이 개입해 조 바이든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을 덮는 '사기'를 저질렀으므로, 선거 결과는 물론 모든 규칙, 심지어 헌법도 폐기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의 극단적인 주장에 친정인 공화당마저도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작자가 아니라는데…트럼프 "트위터-민주당 유착"

3일 미국의 독립언론인 맷 타이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위터 파일'이란 제목의 트윗 뭉치. @mtaibbi 트윗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헌법 폐기' 주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독립언론인 맷 타이비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타이비는 '트위터 파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2020년 트위터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 관련 '뉴욕포스트' 기사를 차단할 때 내부 논란이 있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인 뉴욕포스트는 대선 3주 전인 2020년 10월, 헌터로 추정되는 인물의 코카인 흡입 영상과 헌터를 채용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대표와 바이든 당시 후보의 만남을 시사하는 이메일 등이 담긴 노트북이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 확산됐다. 하지만 이후 트위터는 보도 내용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기사 링크를 삭제하고 공유를 막았다. 타이비는 "이례적인 조처"를 두고 소통팀과 안전조치팀 간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떤 권력의 개입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트위터가 자체적으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이 트윗을 공유하면서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소식을 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권력 개입 근거가 없다'는 타이비의 말에도 트위터가 민주당과 유착해 기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런 종류와 규모의 엄청난 사기는 모든 규칙, 규정, 조항, 심지어 헌법까지도 폐기할 수 있게 만든다"며 "2020년 대선 결과를 버리고 정당한 승자를 공표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선거를 할 것인가"라며 선거 불복을 조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헌법을 폐기하자'는 주장은 2020년 대선 관련 거짓말을 퍼뜨려온 트럼프치고도 놀라운 발언"이라며 그가 지난달 '헌법 수호 책임'이 있는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법까지 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극단적 주장에 공화당도 "동의 안 해"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마이크 터너가 지난달 7일 오하이오주 밴데일리아에서 당시 주지사 후보 JD 밴스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밴데일리아=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그를 '손절'할 때가 됐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킴 제프리스 차기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이라며 "공화당이 계속해서 트럼프식 극단주의에 기댈지, 그와 결별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돌아갈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마이크 터너 의원도 "(트럼프에게)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법 부정은) 2024년 공화당을 이끌 인물을 결정하는 데 적용될 변수"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8 중간선거 이후 계속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공화당이 기대만큼 압승을 거두지 못해 '트럼프 책임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반(反)유대주의 극우 인사와 만찬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지지층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 이번 '헌법 폐기' 주장도 역효과를 내는 모습이다. 위스콘신 마켓대 로스쿨이 지난달 15~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의견은 66%로, 호감(32%)의 2배가 넘었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공화당 내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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