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금리 꺾이나… 49일 연속 상승행진 마감

91일 만기 CP금리 연 5.54% 횡보
상승세 주춤…자금경색 다소 호전

CP금리 상승세가 멈추면서 단기자금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단기 자금시장 지표인 기업어음(CP) 금리 상승세가 멈추고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이 입찰 미달을 기록하면서 자금시장 경색 현상도 다소 누그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된데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자금시장이 다시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91일 만기 CP 금리는 연 5.54%에 마감했다. CP금리는 지난 1일 전일 대비 0.01%포인트 오른 5.54%에 최종 호가된 후 2일에 이어 이날까지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CP금리는 자금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9월22일(3.15%)부터 지난 1일까지 49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며 연고점을 갱신했다. 현재 수준(5.45%)은 9월 말보다 241bp(1bp=0.01%포인트) 뛰어 여전히 2009년 1월12일(5.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세가 3일 연속 멈추면서 CP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면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은도 이례적으로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RP 매입을 두 차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한은의 두번째 RP 매입이 입찰 미달되면서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14일물 RP 매입 경쟁 입찰을 실시한 결과 3조3000억원 이 응찰해 2조6000억원이 낙찰됐다고 밝혔다. 평균낙찰금리는 연 3.32%로 당초 매입 예정금액인 3조5000억원보다 수요가 적었다. 한은이 금융사들로부터 RP를 사주면 금융사의 유동성이 확대된다. 입찰 미달은 금융사의 자금사정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한은이 처음 시행한 지난달 21일 RP 매입 입찰에선 매입예정금액인 2조5000억원에 3조6000억원이 몰리면서 전액 낙찰을 받았다. 한은은 오는 19일 한차례 더 RP를 사들일 매입을 앞두고 있어 연말 자금시장 흐름을 지켜볼 예정이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P금리가 정점을 지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면서 "국채시장과 회사채시장에서의 금리 안정 효과가 단기자금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자금경색이 또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면서 "기준금리가 정점에 오르면서 채권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문혜현기자 mo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