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30대 중국인식 다른데…“MZ세대는 반중” 맞는 말일까?
[왜냐면] 이문영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지난 11월2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동아시아평화협력연구센터와 함께 한국과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청년세대의 특성을 조망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한국 청년세대의 중국과 일본 인식’에 대해 발표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최근 한국 젊은 세대의 반중정서에 관한 기사가 여럿 나왔다. 한국의 엠제트(MZ)세대 또는 2030이 기성세대보다 중국을 훨씬 더 싫어하며, 그야말로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한다’는 내용이었다.과연 사실일까. 필자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의식조사’(2007~2022),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겐론 엔피오(言論 NPO) ‘한일국민 상호인식조사’(2013~2021)의 장기 조사데이터를 이용해 이를 통계적으로 확인해봤다.아래는 연도별 ‘주변국 중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로 ‘중국’을 선택한 연령별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다.
그래프에 따르면 20대는 10년에 걸쳐 중국 친근감이 한국인 평균보다 대체로 낮고, 가장 높았던 최대치(2016년)도 평균치보다 낮다. 즉, 언론보도처럼 기성세대보다 중국에 부정적이며 코로나 이후 더욱 그렇다. 하지만 30대는 다르다. 20대처럼 30대도 코로나 이후 중국에 대한 친근감이 급감했지만, 그 이전엔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 친근감을 보였고, 코로나 뒤 급감 상황도 현재 평균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런데 통일평화연구원의 이 조사는 미·중·일·러·북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라, 다른 나라에 대한 태도가 중국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 조사 중 중국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문항을 활용해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비율’을 코로나 전후(2019→2021)로 비교해봤다.
해당 기간 20대는 53.5→74.2%, 30대는 52.1%→75.6%로 비호감이 급증했다. 하지만 한국인 평균이 51.5→73.8%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사회 전반의 추세로 2030이 기성세대보다 유난히 더 중국을 싫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직전인 2018~2019년, 30대의 중국 우호점수(54.1-52.1)는 한국인 평균(53.2-51.9)보다 오히려 높았다.
다음으로 정말 한국의 MZ세대는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감정이 아닌 국익 관련 질문을 선택해보았다. ‘중국은 한국에 어떤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부정적인 ‘적대 대상’을 선택한 경우, 2019년 ‘20대-30대-(한국인)평균’은 각각 ‘13.1%-6.8%-8.8%’, 2021년은 ‘15.1%-11.1%-11.1%’였다. 즉, 20대는 두 시기 모두 한국인 평균보다 중국에 더 적대적이지만, 30대는 코로나 이전에는 평균보다 우호적이었고, 그 이후에는 평균 수준이었다.
‘중국의 부상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까?’란 질문에 ‘도움이 된다’를 선택한 경우는 2021년 ‘21.5%-30.8%-28.1%’, 2022년 ‘28.0%-33.3%-28.7%’였다. 둘 다 코로나 이후다. 이번에도 20대는 두 시기 모두 한국인 평균보다 부정적이지만, 30대는 평균보다 긍정적이며 그 정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비슷한 패턴은 많은 설문문항에서도 반복됐다.
결론적으로, 20대의 경우 반중 정서가 기성세대보다 강하고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30대는 일관되지 않을뿐더러 국익 등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한국인 평균에 근접하거나 더 긍정적인 경우도 빈번했다. 따라서 20대와 30대를 뭉뚱그려 ‘2030이 국내 반중을 주도한다’거나, ‘MZ세대는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한다’는 식의 보도는 통계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대는 사회변동 포착에 중요한 인구통계학적 변수지만, 그 함정도 만만치 않다. 흔히 세대론은 같은 세대 내 차이는 지우고, 다른 세대와 차이는 키운다. 세대론 생산의 3대 주체가 언론, 기업, 정치권인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언론은 이슈 메이킹, 기업은 소비자 타겟팅, 정치권은 유권자 헌팅을 위해 세대 담론을 적극적으로 생산, 유포한다. 이들에게는 차이는 부각하고 편은 가르는 게 대체로 유리하다. 그들이 세대론에 적극적인 이유이자, 우리가 이를 경계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외부와)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의) 차이를 덮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앞서 확인한바, 중국 관련 한국의 20과 30, M과 Z 사이에는 하나의 이름으로 기각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 2030과 MZ도 정확히 같은 대상은 아니다.) 실제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도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의 청년세대 내부에도 하나로 표준화될 수 없는 다양한 차이와 균열이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이 차이의 의미를 신중하게 숙고하고, 발전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 전체가 반중 전선의 전위부대인 것처럼 각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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