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교사","얼굴 보면 토나와"... 모욕통로 된 교원평가

홍인택 2022. 12.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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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익명으로 교사에게 남긴 '모욕·성희롱성' 교원역량개발평가(교원평가)의 사례다.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를 성적으로 모욕한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교원평가는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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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필터링 강화"
교원단체 "실효 없어, 폐지해야"
세종시 피해 교사, 경찰 신고
지난달 14일 경기 수원의 고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얼굴 보면 토나와서 수업 듣기 싫다", "X슬아치(여성 성기와 벼슬아치를 합친 혐오 표현)", "자라나라 머리머리(머리가 빠진 여성 교사에게)"
교사노조연맹이 접수한 학생들의 모욕적 교원평가 제보들
"메갈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실시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보고서 중, A교사가 받은 교원평가의 내용

학생이 익명으로 교사에게 남긴 '모욕·성희롱성' 교원역량개발평가(교원평가)의 사례다.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를 성적으로 모욕한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가 학생들의 '합법적' 교사 인권침해 통로가 됐다며,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제도는 유지하되, '필터링'을 강화하겠단 입장이다.


'익명' 탈 쓴 학생의 성희롱...피해 교사는 경찰 찾았다

5일 세종시교육청과 교원단체들에 따르면, 세종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가 지난달 실시한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학생이 "XX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00이 우유통이 너무 작아",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등의 글을 남겼다. 피해 교사는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가해 학생에게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주자고 학교와 교육 당국에 요청했지만, "교원평가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조사와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계획이지만, 가해 학생을 파악하긴 어렵다. 교원평가를 규정한 대통령령은 '평가에 참여하는 교원, 학생 및 학부모의 익명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교사는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교사를 3, 4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피해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교원평가 뭐길래...교사단체 "합법적 가혹 행위

교원평가는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 도입됐다. 1년에 한 번 온라인으로 실시되는 조사는 '선생님은 필요한 학습 자료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수업을 한다' 등의 5점 척도 객관식 문항과 '좋은 점 또는 바라는 점'을 묻는 서술형 문항으로 구성된다. 교사는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교원, 일반교원, 지원필요교원으로 나뉘어 맞춤형 연수를 받는다. 우수교원은 1년간 수업 등 업무에서 벗어나는 학습연구년 특별연수를, 지원필요교원은 60시간에서 최대 6개월의 능력향상 연수를 받는다.

사건을 접한 교원단체들은 "교사에게 자행되고 있는 합법적 가혹 행위"(서울교사노조), "교사에게 모멸감만 심어 주는 교권 침해 시스템"(전교조)이라며 교원평가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 외에 교원평가 참여율이 저조해 형식적으로 실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교육청의 2021학년도 학생 교원평가 참여율은 37.3%였다.


교육부 "제도는 필요, 필터링 강화"

반면 교육부는 "교원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활동 만족도 향상에 기여해 온 제도"라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교원평가 서술형 답변에 금칙어를 설정해 욕설, 성희롱이 들어간 응답이 교원에게 전달되지 않는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이번 경우처럼 금칙어 중간에 특수문자 등을 끼워 넣어 걸러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자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금칙어를 보강하는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익명으로 글을 쓰게 하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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