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학생의 시선으로 본 교육…바뀌어야 할 부분은?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최근 한 교육단체가 대입 상대평가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으로서 여기에 지지 발언을 했던 조수영 학생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시청자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저는 이상한 현실이 싫어서 이상을 꿈꾸는 염세적 낙관주의자 고등학생 조수영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염세적 낙관주의자라고 본인을 소개해 주셨어요.
지난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입 상대평가가 위원이라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요.
고3 학생으로서 지지 발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나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저는 고등학교에 온 후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일단 정시와 수시 지원 여부로 학생의 수업 태도가 극히 달라지고 또 수능에서 필수가 아닌 과목은 학생부를 채우는 용도로 전락하거나 심지어는 그냥 자습시간이 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교실 선생님은 같은 공간에 있긴 하지만 마음은 다들 다른 곳에 있었고, 학교 수업은 더 이상 배움을 통한 성장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문제지를 붙잡고 있을 때 질문을 던지면 바보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현실이 잘못됐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꾸역꾸역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저는 입시 책에 톱니바퀴 어딘가에 끼어서 돌아가는 비참한 수험생이 되고 말았습니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하니까 책 읽는 시간은 문제지 푸는 시간으로 바뀌고 원리를 이해하려고 골똘히 생각하던 시간은 공식과 규칙만 외우는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은하수'라고 하는 청소년 자치 배움터를 접했는데요.
평가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다같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배움의 기회를 다시금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현재 대입 상대평가는 결국 교육 체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또한 학생의 불필요한 경쟁에 힘을 쏟느라 넓은 시야로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인간성을 상실하도록 밀어붙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껏 그려왔듯 침묵으로 일관할 수가 없어서 지지 발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런데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세요.
그러면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학생 신분이어서 이렇게 지지 선언을 하거나 활동에 나선다는 게 좀 마음 속에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사실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학생이니까 주제넘게 나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라면, 관찰자만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당사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기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습니다.
어찌 됐건 제가 한국 모든 학생들의 의견과 경험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학생들도 저처럼 원하는 바가 있다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발언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대입 상대평가가 위헌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상대평가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일단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는 인간에게 기본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근데 이것이 수업 시간에 들으면서 지금 학교 수업이 어땠는지 한번 돌아봤는데요.
학교에서는 최소 목표가 성적 유지여도 남 공부량에 뒤쳐지면 안 됩니다.
어쨌든 남들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이제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이해해서는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잠까지 줄이면서 문제집을 봤어야 했고 그러면서 나보다 성적이 높은 사람이 나를 밟고 올라가는데 어떻게 인간의 기본권인 행복을 찾고, 어떻게 내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또 고등학교만 올라가도 수능과 대입을 목적으로 수업이 돌아가긴 합니다.
심지어는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인데 다른 학생보다 앞서겠다고 사비를 들여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것이 과연 교육법 같은 것에서 이야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사회, 미래 시민을 위한 행위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미 분열과 계층화로 고통받는 세상에서 인간 욕망의 어두운 면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셈이니까요.
가르치고 키우는 것이 교육의 정이라면 이건 정말 뒤틀린 교육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러면 이제 졸업을 하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모두 마치게 돼요.
이렇게 오래 학교 교육을 받아온 학생으로서, 앞으로 우리 공교육에서 가장 변화해야 할 것은 뭐라고 보시나요?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일단은 수업이나 평가 방식 그리고 과목이 다양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현재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같은 체계를 바탕으로 과목의 특성에 맞는 수업 그리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요.
제가 교과서나 수업 처음에 수업 목표 같은 걸 보면 항상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 같은 말을 정말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그 수업을 들어보면 지식 또는 이해 정도만 평가를 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는데요.
이렇게 하면 비판적 사고를 위해 필요한 고차원적인 사고인 분석, 의견 형성 능력을 과연 학생이 배우게 되었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심지어는 여기에서 지식과 이해에 대한 평가를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진행하게 되면, 난이도를 높여서 얼마든지 상대평가의 결과로 학생을 계층화하고 나눌 수는 있지만 저희가 배웠던 그 교육 과정, 그리고 그런 것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수업 내에서 실험, 실습 그리고 활동의 비중을 필요에 따라서 늘리거나,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는 방법 그리고 주도적으로 배움을 실천하는 방법 등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교육 정책을 만드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여러분들 눈에는 학생이 인간으로 보이나요, 아니면 숫자로 보이나요?
저희는 세상을 처음 겪는 학생들이니까 그 학생들한테 교육은 과자 틀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틀로 찍어내서 구우면 사람이 되는 거고, 숫자 틀로 찍어내면 숫자가 되는 거죠.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사람 모양으로 반죽해놓고 고등학교에 와서 숫자로 찍어버리는 정도의 발전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틀을 벗어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앞으로도 이렇게 폭력적인 교육 아래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이제 수능도 치렀고, 스무 살이 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과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수영 3학년 / 고등학생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되게 유치했던 걸 수도 있지만, 그 호기심이라는 그 느낌을 되찾고 싶어서 원하는 것도 공부해보고 자연에 파묻혀서 느긋하게 궁금증을 파고들고, 그리고 책도 많이 읽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여했던 '은하수'에서 청년 길잡이 교사가 되어서 평화롭고 평등한 공동체, 그리고 청소년 자치에 대해서도 더 탐구하고 싶습니다.
더 나중에는 사람 사이만 아니라 지구와 인간 사이의 중재자가 되어서 인간의 수요와 욕심으로 끊어진 연대를 재건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지금 대입 상대평가 위헌 헌법 소송이 청구가 됐습니다.
함께 지지 발언을 한 고3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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