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출구 못찾는 화물연대… 대화·파업 `우왕좌왕`

이미연 2022. 12.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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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철도 대열이탈 동력잃자
건설노조에 동조 파업 요청까지
정부에 '先대화' 요구 거절당해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에 밀리면서 총파업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철도 노조와 지하철 노조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이 속속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자 건설노조에 파업 동조를 요청했다. 한편으로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김문수 위원장에게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차관과 얘기할 자리를 주선해달라고 했지만 '선 복귀(파업 종결) 후 대화'라는 정부 입장만 들어야 했다.

건설노조 경인본부는 5일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분간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일하지 못하더라도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한다"며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했다. 건설노조 측은 "화물 노동자들은 다단계 운송 구조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운임을 받고 한 번이라도 더 운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하고 있다"며 "졸음을 이기지 못해 사고가 나서 죽고 다치고, 급기야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김수환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장은 "레미콘 공장에 시멘트 재고가 없어 오늘 당장 타설을 못하더라도, 타설을 못 해 여러 공정이 멈춰 서더라도 동조 파업으로 화물연대의 투쟁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건설노조는 지난 2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에 동조하는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레미콘 타설 등 공사중단을 선포하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토목건축·건설기계·전기·타워크레인 등의 노동자가 조합원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작업이 10여일 째 중단된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 곳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후 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건설노조 동조 파업으로 다시 중단된 곳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주말을 거치면서 일반 화물차주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니 투쟁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화물연대 지도부가, 특히 부·울·경 지역 건설현장에 콘크리트 작업이나 레미콘 타설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다량으로 뿌리고 있다"며 "이런 시도는 그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울·경 지역 내 건설노조의 공사중단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에 더해 건설현장을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리는 행위에 불과하다"면서 "건전한 건설현장 노동질서 구축을 위해 업무방해, 채용강요, 금품 요구 등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의 김문수 위원장은 12일째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화물연대에 '선 복귀 후 대화'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자문단 회의에서 "어제(4일)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등과 만나 화물연대 측의 얘기를 들어볼 기회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위원장이 대화하고 싶대서 마련된 자리인데 저는 '선 복귀 후 대화'를 제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게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총파업에 돌입할 때 조합원 70%의 지지를 받았던 만큼, 총파업을 마치고 복귀할 때도 조합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차관과 얘기할 자리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통화했지만 '대화한다고 해서 더 내놓을 것도 없다'는 취지의 답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화물연대와) 대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겠다고 했고 품목 확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상태"라며 "대화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가 뭐라고 하든 간에 경사노위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 언제든 어디든 대화하겠다"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항상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동에 배석했던 최병욱 국토교통공공기관 노동조합연대회의 의장은 "선복귀 후 대화하는 건 조합원을 설득하기 어렵고 대화 창구가 먼저 열리면 어떤 식으로든 복귀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 의장은 "오늘 오전 (화물연대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정권 퇴진과 관련된 부분이 정치적 파업으로 변질되는 게 괴롭다면서 자신들은 정말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인데 외부적 요인으로 이런 부분이 공격받으니 어떤 식으로든 빨리 대화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 동력을 이어가고자 6일 전국 15곳에서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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