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뒤흔든 '수도권 대표론'…"지역주의 편승" vs "전적으로 동의"

노경목/고재연/양길성 2022. 12. 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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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성에 안차" 발언 파장
김기현 등 영남 출신 "편 가르기"
수도권 기반 윤상현·안철수 환영
일각선 "尹心은 한동훈" 해석
'친윤-비윤 구도 흔들기' 분석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좀처럼 설화(舌禍)를 일으키지 않는 정치인이다.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일정한 선을 지키고, 과격한 발언은 삼간다. 그런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으로 여권을 뒤흔들어놨다. 지난 4일 한 지역 행사에 참석해 당권 주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특히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과 MZ세대(20·30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면서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을 인물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주자들 처지 따라 다른 목소리

당장 영남권 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네 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갑)도 5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원들이 봤을 때는 원내대표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자꾸만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수도권에 기반을 둔 주자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주 원내대표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보수층 지지만으로 이길 수 없다. 중도와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도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사람, 뚝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온 사람, 수도권과 중도 및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의중 반영됐나

논란이 커지자 주 원내대표는 5일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국회 의석 절반 이상을 가진 수도권에서 선거 승리를 견인해 낼 수 있는 분, 우리의 미래인 MZ세대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분, 공천관리를 민심에 맞게 합리적·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분, 이런 조건을 갖추거나 가까이 있는 분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단순히 주 원내대표 개인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004년 이후 18년간 의정 활동을 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베테랑 정치인이 파장을 예상치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알려져 해당 발언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원내대표의 입을 빌려 표출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 밀어주기?

모든 당권 주자를 묶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이 ‘제3의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결국 윤 대통령의 성에 차는 후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며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한동훈에게 있다는 것을 띄웠을 때 국민과 당원 반응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려면 책임당원 자격을 갖춰야 한다.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책임당원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내년 3월이 유력한 전당대회에 나서려면 한 장관은 이달 안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친윤과 비윤’ ‘반유승민’ 등으로 굳어지는 당대표 경선 구도를 흔들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향점 없이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차기 당대표가 수도권과 MZ세대를 겨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선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고재연/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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