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비만 오면 우는 기특한 청개구리

2022. 12.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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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前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오는 우화 중에 비만 오면 우는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병으로 죽어가던 엄마 청개구리가 자식 청개구리에게 자기가 죽으면 강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평소 엄마 청개구리가 가르치는 모든 말에 반대로만 행동한 자식이라 유언대로 강가에 묻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식 청개구리는 유언대로 강가에 무덤을 썼고 이후 비만 오면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되어 운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관계라 하더라도 불신이 쌓여 신뢰가 사라질 때 벌어지는 일이다. 그나마 반성하면서 엄마의 유언을 따랐지만 강가의 엄마 무덤은 비만 오면 엉망진창이 되어 수습이 어렵다.

부모가 자식을 잘 키우려고 하는 것은 비단 청개구리만이 아닌 모든 동물의 속성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도록 부모가 이미 경험한 생존을 위한 지혜를 자식에게 가르치는 것은 종족 보전의 기본원리일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에서 보듯 우리 선조들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원리와 예절 등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는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을 속이지 말아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친구를 잘 사귀어라' 하고 가르친다. 자식이 거짓말쟁이나 도둑, 사기꾼이 되어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아라' '감당하지 못할 빚은 지지 말라'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을 하지 말아라' 등의 가르침은 빚쟁이가 되어 사회의 짐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조금 더 훌륭한 부모라면 '다른사람에게 모범이 되어라' '남을 잘 대접하라' '외적이 쳐들어왔을 때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족과 나라를 지켜라' 등의 적극적인 태도도 강조할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을 아예 무시하는 '청개구리'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부모의 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해 자식을 '바늘 도둑, 소도둑'이 되게 하는 부모도 있겠고, 성장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거짓말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반발심에 심성이 뒤틀린 탓도 있을 것이다. 정치의 영역으로 가면 더 심각하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주인임에도 선거 승리만을 위해 국민에게 지킬 수 없는 공약이나 남을 음해하는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청개구리'들이 너무 많다. 과거 당파싸움이 한창이던 조선의 중종 때 개혁세력인 조광조를 제거하려고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된다는 '주초위왕(走肖爲王)' 글자를 뽕잎에 꿀로 써서 벌레가 파먹게하고는 이를 역모의 증거로 삼았다는 사건과 비슷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거짓으로 남을 음해하는 DNA가 과학기술이 발달된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것이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자가 거짓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남을 음해하다가 탄로났음에도 반성은커녕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특권의 방패에 숨고 있다.

사적인 이득을 추구하려고 권력을 악용하고는 공익을 증진하려고 했다고 당당하게 큰 소리치는 자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자기들만이 국민을 위한다는 소위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하는 일마다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국민의 세금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낭비하다가 지난 5년간 나라의 빚을 400조 원이나 늘린 1000조 원이나 되게 한 지난 정권 담당자들이다.

우리 국민이 1년 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총부가가치(GDP)의 절반이나 되고 계속 늘어나도록 만들어서 앞으로 다가올 경제위기에 과거의 위기극복 경험처럼 재정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걱정된다. 이들이 집권하기 전에 재정의 건전성과 나라 빚 증가억제를 주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집값을 2배 이상 오르게 한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선량한 중산층에게 전가해 투기꾼으로 몰고는 근로자 1년 평균소득보다 더 많은 세금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차별받은 중산층은 세금 빚으로 붕괴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흥청망청 비생산적인 일에 쓰고는 세금을 재산몰수 수준으로 늘리다가 망한 나라가 한 둘이 아님을 모르는 이 땅의 정치 '청개구리'들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어 정신감정이 필요할 지경이다. 오히려 뒤늦게라도 반성하고 엄마의 유언을 따르다가 비만 오면 걱정이 되어 우는 '청개구리'가 더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한 생각이 드니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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