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파업 철회했지만… `시설 유지보수 이관` 갈등 불씨 여전

이미연 2022. 12.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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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업무는 합의안 없어
운영사 잇단 등장에 문제 발생
철도노조 "민영화 수순" 반대
철도공단은 "업무 이관해야"
지난달 30일 열린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모습. 사진 철도노조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9시로 예고됐던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총파업이 4시간 30분을 앞둔 시각에 극적인 노사 협상 타결로 철회됐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노사협상에서 인건비 조정이나 입환(열차 분리 및 결합)업무의 인력충원, 작업환경 개선 등의 항목은 협의됐지만,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가 반대하는 차량 정비와 관제권의 국가철도공단 및 민간업체 이관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측은 이를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 철산법 개정 관련 토론회 개최=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은 차량 정비와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국회에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2004년 철도시설 건설과 운영을 분리한 철산법 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산법으로 철도청이 맡고 있던 철도 관련 업무는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이 철도시설 건설·관리를, 코레일이 철도 운영을 맡도록 분리(상하분리)됐다.

다만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는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해 당시 유일한 철도운영사였던 한국철도공사가 맡게 됐고, 이를 철산법 제 38조 단서조항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최근 철도산업 환경이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서고속철도 SRT 운영사인 SR, 공항철도주식회사(AREX), 서울교통공사(4호선 연장구간 진접선 운영) 등 다양한 철도운영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노선들은 국가 재정으로 건설됐고 국가 소유지만, 코레일이 이 노선들의 건설은 물론 투자나 소유·운영은 하지 않으면서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조 의원은 "국가철도와 지방교통공사 철도, 민자철도의 연계구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만 하더라도 국가가 건설하는 재정구간과 민자구간이 결합돼 있는 등 철도의 운영·관리 주체 간 관계와 역할이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보다 유기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현 법무법인 진운 대표는 "진접선, 인천공항철도, 인천공항 1, 2 터미널을 연결하는 T2 연결선 등 동일 노선에서 시설관리자, 운영자, 유지보수 시행주체 등 여러 주체가 업무를 분담해 비효율적 체계가 형성됐다"며 "일부 민자사업 연계구간은 유지보수 일원성 확보를 위해 유지보수를 재위탁하고 있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위탁은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서광석 전 한국교통대 교수는 "2004년 철도산업 구조개혁 당시 시설과 운영을 애매하게 구분해 타협하고, 특히 노조 문제로 인력을 배분해 7000명 이상의 시설유지보수 인력은 코레일이 담당하되 관련 비용은 국가철도공단으로 배정해 불안정한 구조개혁에 그쳤다"며 "상하분리 원칙에 따라 시설관리자는 유지보수를 선진화하고, 운영자는 운영사업에 집중해 상하분리 원칙에 맞는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서조항 삭제 필요, 현실적으론 한계= 경쟁체계를 갖추기 위해 관련 법 규정 삭제는 동의하지만, 해당 규정 삭제만으로 유지보수 체계가 곧바로 정상화될지 여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현행 철도공사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불명확하고 비효율 구조를 초래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면서도 "현행 법은 철도공단이 시설물관리업무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관련 규정을 삭제해 유지보수 분야에서 경쟁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승엽 한국교통대 교수는 "GTX 사업을 비롯한 민자철도가 늘어날 것이므로 철산법 제38조의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사로 한정한 법 규정은 원칙적으로 삭제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단순히 법 조항만 삭제했다고 해서 철도의 유지보수 체계가 효율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실적으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막대한 인원과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조직은 현재로서는 철도공사 뿐이라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코레일 vs 국가철도공단= 철도노조 측는 제38조 단서조항이 기본법에 들어간 취지가 바로 철도의 안전한 운행을 담보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며 관련 단서조항을 삭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안전과 효율성을 추구하려면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 업무의 일원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철도공단 측은 매년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재정이 철도 유지보수를 위해 코레일 측에 지원되고 있지만 철도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다며, 철도 건설을 맡는 공단이 유지보수 업무도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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