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달랐던 '나'..."질환과 조우하고서 온전한 삶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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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30대 후반에서야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던 자신의 여러 행동이 질환의 증상이란 걸 깨달은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인간의 자격을 부여받은 듯한 기분', '내 상태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이들은 어쩌면 가혹할 수도 있는 삶이지만, 질환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나답게' 사는 법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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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문장 돋보이는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가혹할 수 있는 삶을 나답게 사는 법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30대 후반에서야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던 자신의 여러 행동이 질환의 증상이란 걸 깨달은 두 사람이 있다. 신간 ‘우아한 또라이로 살겠습니다’(민바람 지음)와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캐서린 메이 지음)의 두 저자다. 이들은 성인이 된 뒤 각각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런 진단은 이들을 낙담케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안심하게 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인간의 자격을 부여받은 듯한 기분’, ‘내 상태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남과 섞일 수 없었고 어딘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던 나날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기분이었을 테다. 이들은 어쩌면 가혹할 수도 있는 삶이지만, 질환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나답게' 사는 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아한 또라이로 살겠습니다’는 ADHD와의 유쾌한 공존법을 담았다. 이를테면,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고 열 우물을 파는 습성에 대해 저자는 "쓸모없어 보이던 경험의 조각들이 서로 만나 작은 통찰을 완성해 간다"며 "ADHD를 가진 사람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긍정한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불편도 '정신 승리'로 승화한다. 부주의로 생기는 금전 소실을 한 달에 7만 원으로 아예 설정해 '나답기 비용'으로 두는 식이다.
ADHD 동료들이 참고할 만한 애정 어린 이야기들도 눈에 띈다. 저자는 "약속에 조금 늦더라도(ADHD인들은 시간 감각이 약하다) 주위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살 자격이 있다"면서 "만약 성장하지 않는 삶이 있대도 그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닥인다. ADHD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데에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힘을 얻을 만한 이야기들이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엔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혼란스러움이 더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그려진다. 저자는 주말마다 마음 수련하듯 묵묵히 영국 남서부의 비탈진 해안길을 걷는다. 사랑하는 아들과도 불편했던 관계, 어릴 때부터 외톨이였던 성향, 힘들 때 도망 다니던 행동 등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질환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내가 그저 민감했던 것이 아니구나.' 아스퍼거 증후군은 불안에 쫓기던 인생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1년의 걷기 끝에 변화가 찾아온다. "엄마, 사랑해"라며 품에 파고드는 아들을 보면서 저자는 "우리는 서로 간에 일종의 균형점을 찾았다. 나를 참아주는 그의 인내심, 내게 적응하려는 그의 의지와 나의 적응력에 감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이제 내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믿기 시작한다." 이런 자각은 진정한 '나'를 직면한 뒤에야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듯 온전한 삶을 되찾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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