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만큼 국가 이익도 중요" 네덜란드, 美반도체 정책 반기

박종원 2022. 12. 5. 18: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포위하려던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노력이 네덜란드의 협조 거부로 틀어지게 생겼다.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와 한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힘을 합해야 하지만 일방적인 무역 정책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중국에 반도체 생산 장비를 팔지 못하게 압박 중이라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SML 첨단장비 中판매 막는
美행정부 일방적 통제에 어깃장

중국 반도체 산업을 포위하려던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노력이 네덜란드의 협조 거부로 틀어지게 생겼다.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와 한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힘을 합해야 하지만 일방적인 무역 정책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중국에 반도체 생산 장비를 팔지 못하게 압박 중이라고 전했다. 인도 비영리 단체인 탁샤실라 연구소의 프라나이 코타스테인 첨단기술·지정학 프로그램 회장은 "바이든 정부는 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통제는 중국 기업들이 ASML이나 도쿄일렉트론에서 기계를 사는 순간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미 기업들만 통제하던 기존 방식 대신 한국, 네덜란드, 일본을 대(對)중 제재에 포함시켜 다각적인 통제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4위 기업 램리서치 모두 미국 업체였다. 2위는 네덜란드의 ASML, 3위는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0월 7일 발표에서 미 기업들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고성능 반도체 제작 장비와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를 중국 기업에 수출하지 못하게 규제했다.

문제는 미국이 아닌 해외 기업들이다. ASML은 현재 전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EUV는 미국과 한국, 대만뿐만 아니라 고성능 반도체 제작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까지 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과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8년부터 네덜란드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0월 수출 규제를 발표하며 ASML과 도쿄일렉트론에도 규제 동참을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는 특히 ASML이 DUV 장비 중에서도 첨단 기술인 액침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미국의 압박에 어깃장을 놓았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지난달 22일 의회 발언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같은달 발표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무조건 따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덜란드가 ASML을 이용해 미국을 상대로 협상 카드를 만들었다고 추정했다. 미국과 동맹의 불협화음은 바이든 정부의 일방주의 노선으로 인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