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증세,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곽인찬 2022. 12.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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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절로 떠오른다.

한국 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

공동체가 쪼개지기 전에 증세로 복지 저변을 넓히면 된다.

증세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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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절로 떠오른다. 격투기가 따로 없다. 상대가 피 흘리고 쓰러질 때까지 때리고 또 때린다. 이러니 정치는 사류라는 조롱이 수십년째 이어질 수밖에.

한국 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질 부족? 몇몇은 그럴 수 있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 나는 사류 정치를 파고들면 맨 아래 소득 양극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는 평균 1억5000만원을 벌었다. 반면 하위 20%는 평균 1320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 며칠 전 통계청 등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절대빈곤이 사라진 자리에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잡았다. 정당은 지지층의 불만과 욕구를 대변한다. 한쪽은 가진 자만 감싸고, 다른 한쪽은 없는 자 편만 들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파국을 막을 대안은 없을까? 있다. 공동체가 쪼개지기 전에 증세로 복지 저변을 넓히면 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소득이 적어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이판사판 싸울 이유가 없다. 한국은 복지 수준이 스웨덴 같은 나라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전주성 교수(이화여대)는 저서 '재정전쟁'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이 20% 선인 데 비해 우리는 12%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이러니 한국 사회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증세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온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재정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실효세율을 1%p씩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제라도 미래비전을 함께 제시하면서 과감한 부가세 인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중앙일보 12월 1일자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전주성 교수는 정권 간 분담을 통한 증세안을 제시한다. 한 정권이 임기 5년간 정파를 초월한 전문가 집단에 맡겨 조세개혁 시안을 만들면, 차기 정권이 이를 받아 시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가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시안을 만든다고 치자. 실제 증세는 다음 대선(2027년) 뒤에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 부담을 덜 수 있다.

일본 소비세가 참고가 된다. 1989년 자민당 정부는 3% 소비세를 도입했다. 이후 사회당, 민주당, 자민당 정부를 거치면서 세율은 5→8→10%로 올랐다. 10% 인상은 시행을 두 번 연기한 끝에 예정보다 4년 늦은 2019년에야 이뤄졌다. 우여곡절은 있지만 끝내 10% 인상을 관철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을 살린다. 증세가 바로 그런 약이다. 증세로 복지가 단단해지면 공동체가 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증세의 '증'자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여도 야도 증세라면 손사래부터 친다. 괜히 총대를 멨다 선거에서 질까봐 벌벌 떤다. 이런 때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라리 공동선을 중시하는, 눈 밝은 유권자들이 증세 논의를 주도하면 어떨까. 유권자, 곧 표가 움직이면 정치는 따라오게 돼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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