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길] ⑥ 눈은 즐겁지만 악취에 시달렸던 그 길... 금오름 지나는 '한창로'

제주방송 강석창 2022. 12.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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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로, 금오름과 이시돌 목장 등 사진 명소 지나
서부권 개발 진통 겪는 도로
MZ세대 사진 명소로 유명세 타고 있는 '금오름'(비짓제주)


요즘 제주를 찾는 MZ세대가 반드시 거쳐가는 사진 명소 가운데 하나가 제주시 한림읍의 금오름입니다.

가수 이효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금오름에 올라 일몰을 보는 장면이 방송된 이후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금오름 위에서 펼쳐지는 제주의 풍광과 백록담을 축소해 놓은 듯 한 금오름 분화구의 이색적인 모습이 SNS로 퍼지면서 더 이름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백록담 축소해 놓은 듯 한 금오름 분화구 (비짓제주)


지금도 일몰 시간이 다가오면 금오름 주변엔 렌터카들이 몰려듭니다.

금오름 주변에 카페들이 들어서고, 형형색색의 푸드트럭들도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금오름을 찾는 MZ세대 관광객들이 많아진건 금오름 주변에 눈을 즐겁게 하는 다른 볼거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금오름 바로 앞을 지나는 도로는 한창로.

한림읍 한림리와 안덕면 창천리를 연결하는 도로입니다.

이 한창로가 목장 지대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탁 트인 제주 중산간의 풍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시돌 목장이 한창로에 인접해 있고, 독특한 형태의 테쉬폰 건물도 한창로를 지나다 멈추게 되는 사진 명소입니다.

게다가 당오름과 정물오름, 돌오름 등 제주만의 독특한 기생 화산 사이를 내달리면서, 제주의 다른 도로에선 볼 수 없는 풍광이 그려지는 곳입니다.

오름 사이를 지나는 '한창로'


한창로가 지금은 눈이 즐거워지는 사진 명소를 찾아가는 길이지만, 시작은 군사용 도로였습니다.

이시돌 목장은 6·25 전쟁 당시 육군 숙영소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모슬포 육군 제1 훈련소에서 훈련을하고, 이시돌 목장 숙영소에 부대가 주둔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안덕면 화순항으로 들어온 군수물자를 숙영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군용도로가 만들어졌던 겁니다.

한창로가 도로다운 모습을 갖게 된 건 1973년입니다.

말 방목중인 이시돌 목장


6.25 전쟁 이후 1060년대 초 육군 숙영지에 이시돌 목장이 들어섰습니다.

맥그린치 신부가 제주도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이 필요하다며목장을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사료와 비육돈을 한림항으로 운반하던 길이 비포장 자갈길이라,
비육돈 운송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이시돌 목장을 방문해 애로 사항이 뭔지를 묻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맥그린치 신부는 "도로 포장이 안돼 비육돈들이 운송 과정에 체중이 줄어 손해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당장 도로를 포장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시돌 목장이 성공한 것처럼, 앞으로 방목 대신 목장 형태의 축산 단지를 만들라"는 지시도 추가됐습니다.

대통령 방문 이후 한림항에서 이시돌 목장까지 12Km 도로가 그해 아스팔트로 포장됐습니다.

금악리 주민들이 도로 확장을 위해 땅을 내놓기도 하고, 도로 포장 공사에 나와 일손을 돕기도 했습니다.

아스팔트로 도로가 정비되자, 도로 주변으로 소와 돼지 목장이 잇따라 생겨났습니다.

이때문에 당시 이 도로는 서부축산도로로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시돌 목장 조성 초기 숙소로 사용했던 '테쉬폰' 건물


서부축산도로를 중심으로 거대한 축산 단지가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16년 후인 1989년 이시돌 목장에서 안덕면 창천리까지 도로 포장이 마무리되면서, 이 도로는 한림과 창천의 앞글자를 따 한창로로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한창로는 주변 경관 때문에 눈이 즐거운 도로가 될 수 있었지만, 양돈농장이 한창로 일대에 밀집되면서 환경 문제가 뒤늦게 불거졌습니다.

한때 서부 축산도로로 불렸던 한창로


지난 2017년 축산분뇨 불법 투기 사건이 불거졌던 곳도 한창로 인근입니다.

최근엔 양돈농가들의 자구 노력 덕에 악취 민원이 줄었지만, 한때 한창로 일부 구간에서 자동차 창문을 열 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제주도내 악취 관리 지역의 절반 이상이 한창로 주변에 몰려 있습니다.

한창로는 많은 볼거리와 추억의 장소를 지나며 눈이 즐거워지는 길이지만, 제주 서부 중산간 개발 과정의 진통을 함께 겪어 온 길이기도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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