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날두’ 시대는 끝…이제는 ‘유일신’ 음바페 시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가 5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폴란드와 경기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킬리안 음바페(PSG)가 왕좌를 향한 진군을 이어가고 있다. 도저히 적수가 보이질 않는다.

음바페는 5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프랑스와 폴란드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2골1도움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의 선제골을 도운 음바페는 결승골과 쐐기골을 직접 뽑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새로운 황제의 등장이다. 이날 멀티골을 터뜨린 음바페는 카타르월드컵 득점 단독 선두(5골)에 오르며 골든부트(득점왕)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나이가 23살349일에 불과했던 음바페는 만 24살이 되기 전에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도 이름을 올리며 ‘황제’ 펠레의 종전 기록(7골)을 넘어섰다. 월드컵 역사상 두번째로 많은 골(9골)을 넣은 프랑스 선수라는 기록은 덤이다.

사실 이번 대회 음바페의 활약은 예견돼있었다. 음바페는 이미 20살 때 참가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하며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했다. 월드컵 우승. 21세기 축구계를 대표했던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PSG)나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아직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4년 동안 음바페는 더욱 강한 선수로 성장했고, 메시와 호날두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기 때문에 카타르 대회는 음바페 즉위식이 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음바페는 예상보다 더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튀니지전을 제외하고는 호주(1골) 덴마크(2골) 폴란드(2골) 등 매 경기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폴 포그바(유벤투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은골로 캉테(첼시) 등이 빠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프랑스는 덕분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처음 8강에 올랐다.

음바페 덕분에 프랑스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됐다. 우승까지 필요한 승리는 단 3승. 8강 상대는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음바페는 이번 토너먼트가 시작된 뒤 신처럼 경기한 두 남자 중 한 명이다. 현재 세계 축구에서 프랑스보다 더 큰 도전은 없다. 스페인, 브라질, 심지어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도 아니다”라며 “프랑스전이야말로 잉글랜드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 옐링 홀란드. EPA 연합뉴스

만약 음바페가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2연패 대업을 이룬다면,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처음으로 득점왕과 골든볼을 함께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음바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특히 음바페는 신계를 양분했던 ‘메날두’(메시+호날두)와 달리 월드컵 성적을 바탕으로 ‘유일신’ 시대를 열 가능성도 있다. 가장 강력한 맞수로 꼽히는 옐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의 노르웨이가 객관적 전력에서 프랑스보다 약한 탓이다. 노르웨이는 이번 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조 3위로 탈락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