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끝 구한 연말 콘서트 티켓 … 결국 사기"

한상헌 기자(aries@mk.co.kr)이지안(lee.jian@mk.co.kr) 2022. 12.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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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가 줄을 잇는 가운데 티켓 중고거래 사기도 판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양도한다며 원래 가격의 2~3배 돈을 받고 잠적하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사기꾼이 연락을 끊으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해도 돈을 돌려받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연말을 맞아 콘서트 티켓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에 가수 성시경, 멜로망스, 임영웅 등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가 진행돼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티켓을 구하기 힘든 인기 가수들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사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개설된 성시경 연말 콘서트 티켓 사기 피해자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20여 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한 명당 평균 피해액은 40만원이다. 성시경 콘서트의 경우 VIP석 가격이 약 14만원인데, 약 3배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가격대의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 중에선 온라인 사기 피해자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판매자에 대해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안심하고 구매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콘서트 티켓 판매자는 사기 전과가 있는 이로 추정되며, 현재 더치트에 신고된 사기 피해액만 600만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A씨는 "사기를 당한 뒤 구글에 '○○○(판매자 이름) 사기'라고 검색했더니 2017년부터 사기를 친 전력이 있었다"며 "누가 티켓을 구매할 때 구글에 검색해보고 사느냐"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환불받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미스터 트롯' 연말 콘서트 티켓을 사기 당한 조 모씨(28)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사기꾼들이 구매자들을 믿게 하기 위한 수법도 교묘하다. 콘서트, 뮤지컬 등 티켓을 대리 매표하는 업체라며 명함을 내걸고 속이는 일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구매한 티켓을 배송지만 변경해 보내주겠다고 하며, 구매 후에는 포토샵으로 '배송 진행 중'이라는 조작된 이미지를 제공하며 신고를 늦춘다. 구매자가 뒤늦게 사기를 알아차리고 고소한다고 하면 이들은 "어차피 '빨간줄'이 있어 안 무섭다" "고소하면 환불 없다" 등 말로 적반하장식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과정에서 구매자의 집 주소가 드러나는 것도 문제다. 피해자 B씨는 "환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험한 말을 들어서 무서웠다"며 판매자가 집 주소를 알고 있어서 강하게 항의하기가 망설여졌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피해자 C씨는 "(사기 친 지) 3일 만에 신고한 이들이 10명 있었다"며 "10명이 넘는 사람이 신고했는데 그 다음주가 돼서야 겨우 수사관이 배정됐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사기꾼) 계좌 정지도 안돼 신고 이후에도 계속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전화번호도 계속 바꿔 가면서 사기를 치는 바람에 사기 여부 조회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기는 계좌 지급 정지 요청 대상이 아니다"며 즉시 계좌를 정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수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은 "중고거래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구매 형태가 아니니 소비자는 이를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소비자가 이를 선택했다는 것은 위험성을 떠안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단 본인이 사기를 당하면 본인의 피해 구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 신고해야 한다"며 "플랫폼은 이러한 신고를 바탕으로 이후 구매자들이 볼 수 있게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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