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이재명과 민주당은 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

박봉권 기자(peak@mk.co.kr) 2022. 12.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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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쥐면 감옥 안가' 맹신
이판사판식 막장정치 참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 들어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몇 차례 했다.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1월 22일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했다. 역으로 해석하면 이겨야만 감옥에 안 간다는 거다. 대장동 등 사법 리스크가 뜨거운 대선 이슈였던 만큼 '도둑이 제 발 저렸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무엇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화·선진화된 나라에서 국가 권력이 없는 죄를 만들어 특정인을 감옥에 보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6·1 지방선거 때는 "이번에 지면 정치 생명 끝"이라고 했다. 손을 칼처럼 목에 갖다 대고 긋는 시늉을 하며 "끽"이라고 한 건 지금 봐도 너무했다. 감옥 발언만큼이나 극단적이다. '권력을 쥐면 감옥에 안 간다'고 맹신하는 듯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박 수준이다.

이런 그를 대선 패배 후 반년도 안 돼 당대표로 옹립했다. 민주당 스스로 이재명 리스크에 발을 집어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 대표가 기소되고 그의 복심·분신까지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되자 '이재명 지키기' 블랙홀에 당 전체가 휩쓸려 들어갔다. 누굴 탓하겠나.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식의 막장 정치가 시작됐다. 정부를 망가뜨려야 내가 산다는 적의가 번뜩인다. 낡은 세제개편, 보유세 정상화, 원전산업 복원, 반도체법과 같은 대통령 핵심 정책은 무조건 반대다. 새 정부 첫 예산도 난도질이다. 이미 대선에서 심판을 받은 이재명표 예산을 들이미는 건 대선 불복을 넘어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이태원 참사를 정권 퇴진 장외 투쟁으로 연결시키려는 움직임도 불온하다. 예상과 달리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덜컥 받아버리니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안 생떼로 아예 정치판을 깨려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고 물어뜯는 이판사판 정치는 국정 견제가 아니라 국정 파괴다. 이 모든 게 식물정부·식물대통령을 만들어 국정을 무력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이 대표와 측근에 대한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를 검거하고 법적 처벌을 하는 건 정의 실현이지 정치 보복이 될 수 없다. 이 대표가 "야당 파괴 권력 남용" 주장을 무한 반복해봤자 국민들이 공감하겠나.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만 진실로 간주하고 자기편의 죄는 죄가 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만큼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건 없다. 떳떳하면 검경 수사를 두려워할 일도, 야당 탄압이라며 과민 반응할 일도 없다. 지금 민주당은 비정상이다. 천 길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레밍 떼를 보는 것처럼 위태롭다. 민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재명이다'를 외치는 건 이미 너무 깊숙이 발을 담가 이제 와서 빼기엔 너무 늦었다고 체념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결단의 시점을 미룰수록 더 큰 후과를 치러야 하는 '콩코드 효과(Concorde Effect)'를 경계할 때다. 콩코드기는 소음, 기체 결함 등 본질적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투입한 천문학적인 개발 매몰비용이 아까워 끝까지 밀어붙이다 추락이라는 파국적 결말로 더 큰 손해를 본 뒤에야 단종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표 없이 어떻게 내후년 총선을 치르겠냐며 대안 부재론을 역설하는 것도 위험하다. 당이 사당화되고 있다는 명백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특정인에게 기대는 정치는 이성이 마비된 맹목적 팬덤정치로 이어진다. 비상식이 상식을 구축하고 나라를 갈갈이 찢어놓은 팬덤정치 해악은 이미 지난 5년간 전 정권하에서 충분히 목도했다.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 대선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달 중간선거 때 트럼프에게 줄을 선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상식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면서 트럼프를 손절하는 분위기다. 국민과 상식에 맞선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 나쁜 놈 잡는 걸 막고,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는 자들이 대한민국에 설 자리는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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