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돈으로 산 심야 택시
"길거리에 택시가 죽 늘어선 모습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지난 2~3일 밤 서울시내 주요 번화가에서는 익숙한 '승차난' 대신 낯선 '승객난'이 펼쳐졌다. 도로에 빈 택시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손님들은 빈 택시를 골라 탔다. 요금 인상에 더해 시와 개인택시조합에서 최대 1만2000원까지 인센티브를 얹어주자 길거리에 손님보다 택시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심야택시 요금이 오른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불금'과 '불토'의 모습이었다.
지난 1년간 야간 귀가객들은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택시대란'은 코로나19 이후 승객 수가 급감하자 택시기사들이 업계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을 회복했지만 나쁜 처우에 택시기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이에 업계는 '요금 인상'을 통해 택시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망설이던 정부는 연말·연초를 앞두고 승차난이 심화할 것을 우려해 요금 인상 카드를 택했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심야택시 할증 시간은 2시간 앞당겨졌고 할증률도 최대 40%까지 올랐다.
심야택시 승차난을 해결한 것은 '돈'이었지만 '돈으로 산 편리함'이 시민들의 불편함을 앞으로도 해소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인택시 가동률이 소폭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제가 해제된 개인택시가 빈 자리를 채웠지만 고령화된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인센티브 제도가 사라진 후에도 야간 운행에 나설지 알 수 없다.
시민들도 수월해진 택시 승차를 체감하며 이를 반겼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지갑은 얇아지고 있는데, 서민의 발인 택시 요금이 급격히 오르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택시 승차를 꺼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심야택시 요금 인상은 일시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해묵은 택시 승차난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제도 효과를 지켜보면서 법인택시 가동률을 올리는 리스제 도입 및 개인택시 고령화 문제 해결과 플랫폼 개혁 등의 제도 개혁도 함께 가야 한다.
[박나은 사회부 nasilv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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