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순민(順民)들의 반란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2. 12.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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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민족성을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는 순민(順民)이다. 수천 년 동안 셀 수 없는 왕조의 가렴주구를 견디며 DNA가 생긴 탓인지 정부기관의 통제를 잘 따른다. 팬데믹 이전 연착이 잦기로 악명 높은 중국 공항에서 기다리다 지쳐 항의하는 사람들을 보면 십중팔구 외국인이다. '國'이나 '公'자가 들어간 곳에서 중국인들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내세워 3년 가까이 도시 봉쇄식 방역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인들이 통제에 순응했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인들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방역조치 완화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가혹한 봉쇄가 다시 시작되자 억눌렸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우한 등 대도시에서 봉쇄구역 주민들은 공안들과 대치하고 자동차를 몰아 펜스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영업중단 명령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게를 열고 단속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불사한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방역당국과 학교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진핑 집권 후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사상교육을 받은 20대는 시진핑 정부의 최대 지지 세력이다. 지금은 "봉쇄 대신 자유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상하이 시위에서는 그간 금기어로 여겨진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누구도 제로 코로나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각급 도시들은 봉쇄구역 펜스를 치우고 대학은 조기 방학이라며 학생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시위가 반체제 운동으로 확대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결국 경제 성장이다. 도시 봉쇄를 푸는 것은 물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를 만들어 불만 소지를 없애야 한다. 중국이 경제성장과 민생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하다. 중국인들이 처벌을 무릅쓰고 'whitepaper revolution' 등 트위터 계정에 올리는 외침에도 응원을 보내주자.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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