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일류 국가의 새로운 꿈

2022. 12.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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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회의 선순환 발전은
일류국가가 되는 필수조건
이윤·복지사회 동시에 좇는
新기업가정신으로만 가능

12월 9일은 김우중 회장의 서거 3주기가 되는 날이다. 김 회장은 1967년 30세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해서 1997년 30년 만에 대우를 재계 2위의 그룹으로 만들었다. 김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담긴 세계 경영의 정신은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꿈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 회장과 같은 기업가들의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으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아무도 그렇게 되리라고 믿지 않았던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우리 국민은 아무도 꿈꾸지 못할 꿈을 함께 이뤄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꿈을 이뤘지만 새로운 50년의 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 우리의 새로운 꿈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일류국가가 돼서 세계를 경영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일류국가의 길은 우리가 선진국이 될 때까지의 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 돼야 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전 세계의 국가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일류국가의 길은 기업만 발전하고 성장하는 개발주도식 모델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다 함께 발전하는 공존공영의 모델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100년 전에 이러한 경영 모델을 만들어낸 기업가가 있다. 1926년에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선생은 "기업의 제일 큰 목표는 이윤 추구다. 그러나 그것은 성실한 기업 활동의 대가로 얻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얻는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실한 기업 활동을 통한 이윤 추구와 복지사회 구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목표가 돼야 함을 말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제2, 제3의 유일한이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의 세계 경영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 복지사회 구현을 공동의 목표로 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경영하는 새로운 일류국가의 길로 갈 수 있는가는 기업과 사회 발전의 선순환 고리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업은 성장하는데, 사회에서는 양극화와 격차 문제가 더욱 심해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세계를 경영하는 국가가 될 수 없다. 기업은 사회와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가 단순히 기업의 경제적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의 공동 번영을 이루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세계를 경영할 것이다. 결국 기업과 사회 발전의 선순환 시스템이 전 세계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류국가의 길은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 현대사회는 개별 기업의 역량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의 역량과 경쟁력에 의해서 승부가 결정된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의 역량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시대였다면 미래의 경쟁은 기업의 생태계인 공급사와 협력사, 그리고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생태계의 역량이 승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기업을 만들 수 있고, 기업의 역량이 생태계의 역량과 결합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혁신과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가 세계를 경영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김 회장의 서거 3주기를 맞이해서 대한민국은 김 회장의 세계 경영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일류국가의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장·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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