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은 ‘불편한 편의점’...경제 불황에 위로형 소설 통했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1권과 2권을 합쳐 100만 부 이상 판매된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경제∙경영 분야 도서들이 작년 대비 큰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편의점, 백화점, 서점 등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 ‘위로형’ 소설과 에세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불편한 편의점 1·2권. /뉴시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5일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도 소설 분야 강세가 두드러졌다. 교보문고에선 1위를 차지한 ‘불편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연간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안에 소설 작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김훈의 ‘하얼빈’이 3위, 김영하의 ‘작별인사’가 5위에 올랐고,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7위)과 황보름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10위)가 뒤를 이었다. 예스24에서도 ‘불편한 편의점’(1위) ‘하얼빈’(3위) ‘작별인사’(4위) 등 소설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했다.

지난해 주식과 가상 화폐 ‘붐’에 힘입어 판매량이 급상승했던 경제∙경영 도서는 미국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고전했다. 교보문고 통계에 따르면 이 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작년 대비 13.7% 감소했고, 그중에서도 주식∙증권 분야 도서는 43.8% 급감했다. 반면 제목이나 부제목에 ‘불안’이 적힌 도서들이 증가하며 불황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을 반영했다. ‘불안’을 키워드로 한 도서 출간 종수는 작년 219종에서 올해 308종으로 크게 늘었고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37.2% 증가했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10위)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11위) 모두 불안감을 달래주는 ‘위로형’ 소설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목에 ‘위로’를 담은 도서의 출간 역시 지난해 158종에서 올해 257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드라마 대본∙각본집이 큰 인기를 얻었던 해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관련 도서 출간 종수는 97종으로 작년(96종)과 비슷했지만, 판매 증가율은 176.9%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대본∙각본집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이었고, 드라마 ‘그해 우리는’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각본집이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영화∙드라마 연계 도서의 인기는 2030 여성 독자층이 주도했다. 예스24 집계 결과 관련 분야 도서 구매자의 47.9%가 2030 여성이었다.

최근 문해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휘력’ 또는 ‘문해력’ 키워드가 포함된 도서들도 증가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어휘력∙문해력∙글쓰기 관련 인문서 출간 종수는 작년 127종에서 올해 163종으로 늘었고, 관련 도서는 2030 청년층뿐 아니라 4050 중년층에게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도서 구매자 중 4050 중년층의 비율은 51.2%였으며, 2030 청년층은 41.8%였다.

교보문고 기준, 한 해 가장 책을 많이 구입한 독자층은 작년과 동일하게 40대 여성(24.7%)이었다. 성별구매자 비율은 남성(38.3%)보다 여성(61.7%)이 높았다.

한편,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선 ‘출판인들이 뽑은 2022년 올해의 책’으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선정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출판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올해의 책과 올해의 출판사, 올해의 저자 설문을 진행한 결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올해의 책으로, ‘오월의봄’이 올해의 출판사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올해의 저자로는 김연수·김훈·자청·정보라·진은영 작가 등이 뽑혔다.

/자료=교보문고

/자료=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