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노마스크 1년' 英…지자체발 '노마스크'논쟁 불붙은 韓

런던(영국)=박미리 기자, 김도윤 기자 2022. 12.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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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걸어가는 사람들 /사진=박미리 기자

인천공항에서 영국 히드로공항으로 가는 15시간 비행시간 동안 사수해야했던 마스크와 작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히드로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실내 노마스크' 세상이 펼쳐졌다. 이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들은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 뿐이었다.

두리번 두리번 어색함도 잠시, 얼굴 확인이 이뤄지는 자동입국심사대를 기점으로 등 떠밀리듯 마스크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앤 영국에서의 첫 번째 적응 과정이다.

영국은 올해 1월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규제를 모두 풀었다.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제한을 두고 있는 지하철,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들은 현재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서 대중교통, 의료·복지시설 등에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영국에서 출발하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사진=박미리 기자

영국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과 달리 매우 협소하다. 마주앉은 사람의 무릎이 닿을락 말락할 정도다. 취식까지 이뤄진다. 히드로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이동하는 약 40분 동안 어떤 이는 품 속에서 감자칩을 꺼내 와그작와그작 먹었고, 어떤 이는 가방에서 빵을 꺼내 여유롭게 베어먹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열정적으로 대화하는 무리도 상당했다. 물론 이들 입과 코를 덮은 마스크는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떠올릴 수 없는 환경이다.

식당, 상점, 박물관, 학교 등 영국 그 어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낀 사람들을 찾기란 도심 하늘에서 별 찾기와 같았다. 개장시간 전부터 건물 밖에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는 대영박물관에서도, 영국 대표백화점으로 북적북적한 인파를 자랑하는 헤롯백화점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토론하면서 공부하는 런던 시내 한 대학교에서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열심히 세어봤지만 하루 5명 넘게 보지 못했다.

대영박물관 내 사람들 /사진=박미리 기자
영국 대표 쇼핑몰인 코벤트 가든 내 사람들 /사진=박미리 기자

적어도 사람들만 봤을땐 영국에선 코로나19 자취가 완연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1년간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단 평가도 없다. 의아하면서도 우려됐다. 런던 시내 한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중인 이즈완(34·인도)은 "올해 6월 영국에 온 뒤 코로나19를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에 걸린 걸 모르고 넘어가는 걸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실내 마스크 벗겠단 대전·충남…"공동체의식 결여" vs "자율화 고민"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겨울철 유행 대비 고위험군에게 적극적인 개량 백신 접종과 고위험군 환자에게 먹는 치료제 투약 권고 관련 등 설명을 하고 있다. 2022.1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등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대전시, 충청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시사하면서 다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일단 방역당국은 지자체의 개별적인 방역 완화 조치 움직임을 만류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5조제3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장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같은 법 제15조의2제6항에서 수습본부장은 지역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15일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시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으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실내 마스크 의무가 예상보다 빠르게 해제될 수 있단 가능성이 나오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고 지자체 간 교류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 단일 방역망을 통한 대응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보다 빨리 실내 마스크 자율화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단 의견도 있다.

이날 정기석 코로나19(COVID-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은 대전과 충남이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시사한 데 대해 "방역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겠단 이야기가 나와서 걱정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1일 생활권"이라며 "언제든지 아침에 서울에 있다가 저녁에 목포에 가 있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는 방역에 관해선 일관성 있게 진행하는 게 조금 더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자체가 따로 실내 마스크를 벗겠단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개별 지자체는 면적이 좁고 인적 교류가 많아 감염 유행이 하나의 체계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방역 판단을 중앙정부가 하는 게 맞다"며 "특히 대전이 마스크를 벗겠다 언급한 내년 1월은 호흡기 바이러스나 세균 질환에 의한 중환자, 심혈관계 중환자의 질병 부담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실내 마스크 자율화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감염 확산이나 위험 정도 등 방역 상황이 다를 수 있는데 나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같이 움직이자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민 공감대가 떨어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저위험시설부터 해제하는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미 지난 8월 우리 국민의 60% 이상, 어린이는 80% 이상 자연면역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정도 수준의 자연면역이면 아이나 건강한 청장년층은 감염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또 "더이상 마스크 착용 강제는 의미가 없다"며 "카페, 술집, 식당에선 벗고 마트나 도서관에서 강제로 쓰는 지금 방역 조치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런던(영국)=박미리 기자 mil05@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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