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해결없이 국가미래 없다…서울대 지방 이전해야"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2. 12.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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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시도지사협의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담=배한철 영남본부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제16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경북도】

"수도권 집중화를 막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도 없습니다."

경상북도 안동시에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도청 집무실 입구에는 이 지사가 국내외 기업인과 함께 찍은 사진 수십 장이 전시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해외 기업 대표 등과도 찍은 사진이 총망라돼 있다. 이들 사진에는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유출을 막겠다는 이 지사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수도권은 과밀로 인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 청년 유출이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일선 현장에서 이 지사는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지방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제16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에도 선출됐다. 이 지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시도지사협의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지방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겠다"며 "지방 정부의 견해를 대통령과 정부에 생생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도 서울에 버금가는 '작은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라의 5소경처럼 지역에도 작은 서울을 만들어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 대학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대가 현재 캠퍼스 용지 500만평(약 1650만㎡)을 매각하고 지방으로 이전해 새로운 캠퍼스를 건립하면 최첨단 캠퍼스와 연구실,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 벤처 공간 등을 갖출 수 있다"며 "그러면서 세계적 석학도 영입할 수 있고 서울대의 경쟁력이 강화돼 미래 지식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이 지사는 대학 관련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대학들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이 없는 대학으로 잘못 인식돼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주체로 지방 대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며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정주하는 지역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교육의 새판 짜기에 즉시 돌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3선(18~20대)을 지내면서 의원 시절 내내 '지방분권'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회에 처음으로 '지방살리기 포럼'을 결성했고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당 간사를 맡기도 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이 지사의 강력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이 수도권 소재 직장에 다닌다"며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의 간섭과 제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그는 "중앙 공무원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지방시대'는 물 건너간다"며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무늬만 지방자치인 것은 중앙 공무원의 손에서 못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지사는 "현재 광역단체 부단체장을 관례대로 행정안전부에서만 보내는데 지금은 행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각 지자체가 원하는 다양한 부처의 공직자들도 부단체장으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의 행정기구인 실·국·본부를 직무가 아닌 인구수로만 제한해 지역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유연한 조직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는 근본적으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불신은 선거를 통해 지역 대표를 선출한 주민에 대한 불신으로밖에 볼 수 없는 만큼 이제 성년이 된 지방자치에 걸맞은 신뢰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특화형 비자나 광역비자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보다 먼저 인구 감소를 경험한 선진국들처럼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법무부가 지역특화형 비자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비자 발급 권한을 가지고 있고 대상 또한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는 외국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지역별로 차별화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방정부 대 지방정부로 똑똑한 외국 인재를 뽑아 올 수 있도록 외국인 정책도 지방에 맡겨 달라는 것이 '광역비자'"라고 말했다. 법무부에서 시행할 예정인 지역특화형 비자제도는 우수 외국 인력 등에게 취업제한 완화와 배우자·자녀 초청 등 비자 특례를 법무부 장관이 부여하는 방안인 반면 광역비자는 외국인 학생의 부모 등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지방이 주도해서 선정하고 광역단체장이 비자 발급 권한까지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지사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방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방을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지사는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며 "이미 정부에서는 지방이 주도해 추진하는 과제들을 17개 시도 지역 공약으로 선정한 만큼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방시대'를 여는 일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사는 "시도지사들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만큼 대통령과 정부에 민심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우성덕 기자]

▷이철우 도지사는… △1955년 경북 김천 출생 △김천고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가정보원 국장 △경북도 정무부지사 △제18~20대 국회의원 △제32~33대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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