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부끄러움을 잊어가는 대한민국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안타깝게도 158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지만 누구 하나 자신의 잘못이라며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최근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수사 대상에서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소환 조사 대상 어디에도 사건을 책임질 만한 '윗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 당일 기동대 출동 요청 유무에 대한 진실 공방만 관련 기관과 수장이 주고받으며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게 내 탓이니 내가 책임지겠다'보다는 '네 탓인데 왜 나에게 뭐라고 그러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국민과 유족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11일 만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 이태원 참사를 책임질 만한 윗선은 이 사건을 잊은 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 사태 진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건으로 덮인다는 과거 잘못된 경험을 이들은 잘 따르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어떠한가. 사건을 처음 유포했던 첼리스트 A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음에도 A씨의 의혹 발언 내용을 국회에서 공개하며 질의했던 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국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진정으로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최근 한국과 가나전 월드컵 경기에서는 한국이 패하자 일부 악플러가 가나 출신 유튜버 '가나쌍둥이'에게 가나를 응원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악플을 달기도 했다. 자국민이 자국을 응원하는 것도 욕을 먹는 세상이 됐다.
연말 경제의 동맥을 끊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이 '쇠구슬 테러'를 당했다는 뉴스가 나오며 파업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떠나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나라의 지도급 인사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 또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을 연이어 하고 있는 것이다.
돈 많은 부자 나라가 무조건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들과 구성원이 그 정도의 품격을 함께 갖춘 나라가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
[박준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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