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철학과의 필요성
헤지펀드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는 금융 투자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소로스가 파운드에 대한 공매도로 영국 정부를 손들게 만든 사건은 유명하다. 런던 정경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기법이 철학 이론에서 나왔다고 늘 자랑스러워했다.
투자 기법으로서 철학 이론에 대해 경제학자는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소로스는 자신의 스승 칼 포퍼의 과학철학 이론을 토대로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비판했다.
국내 대학에서는 많은 수의 철학과가 사라졌다. 필자가 재직하는 명지대는 기독교 정신에 토대한 대학이다. 그럼에도 철학과를 폐과하겠다는 계획안이 나왔다. 실용적이지 않은 학과로, 새로운 산업의 수요에 부합하지 않고 타 학문과 연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틀렸다.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과학, 통계학뿐 아니라 수학, 물리학, 철학 등 기초학문이 공조할 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철학은 학문 간 융합을 이끌 허브 역할을 한다. 현재 대세인 기계학습 인공지능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데이터 과적합(over-fitting)이다. 인공지능에 과도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엉뚱한 결과를 산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결 방법 중 하나는 오컴의 면도날로 부르는 단순성 원리다. 서양 중세 철학자 오컴에 따르면, 많은 것을 필요 없이 가정해서는 안 된다. 단순성이란 철학적(형이상학적) 원리가 과적합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된다.
기계학습 인공지능의 또 다른 문제는 인공지능의 결과에 대해 그 결과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연구원의 주도하에 여러 연구소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설계했다. 그런데 설명의 논리적이고 법칙적 모형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헴펠 등 여러 과학철학자가 이미 확인해줬다. 해결의 단서도 알려줬다.
기계학습 인공지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다. 구글 포토 애플리케이션이 흑인 커플을 고릴라 범주에 넣은 사건은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은 윤리위원회나 연구소를 세우고,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를 갖춘 철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문으로서 철학의 역할과 전공으로서 철학과의 존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철학은 낭만과 사색의 수필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실용 학문이다.
[김준성 명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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