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美 정계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
50대 제프리스가 지휘봉 잡아
공화당 매카시와 젊은 피 대결
대선서도 새 얼굴 열망 가능성
바이든·트럼프 재도전 빨간불
'미국 권력 3위'이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82)이 지도부에서 물러나면서 50대 흑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52)이 만장일치로 신임 하원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교체다. 펠로시 의장은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이끌 때가 왔다"고 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내년부터 하원에서 민주당 사령탑으로 활동한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 변호사인 제프리스 의원은 2006년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고 2012년 뉴욕 8구 지역의 연방 하원으로 선출돼 지난 11월 중간선거까지 내리 6선에 성공했다. 그는 의회에서 경찰 개혁과 형사법 개정을 주도했다. 2019년 민주당 전당대회 의장을 최연소로 역임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주도했던 의원그룹으로 활동했다. 뚝심으로 무장한 그의 외모와 경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한다.
민주당 정치 중심지가 펠로시 의장의 지역 기반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도 있다. 제프리스 의원은 뉴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몇 마일 떨어져 살고 있다. 7080세대인 민주당 2인자와 3인자 연령도 4050세대로 내려간다. 민주당 원내총무에는 캐서린 클라크 의원(59·매사추세츠)이,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에는 피트 아길라 의원(43·캘리포니아)이 각각 선출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을 공화당에 뺏겼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소수당으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하원 의장 자리도 공화당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차기 하원 의장에 유력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57) 역시 청년조직에서 출발해 젊은 피를 상징하는 '영 건스(Young Guns)'로서 고속 승진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이로써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50대 정치인이 하원에서 치열한 입법 대결을 예고한다.
워싱턴DC에 불어닥친 세대교체는 2024년 차기 미국 대선을 향한다. 현재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에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이번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3분의 2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도전에 반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재출마를 조기에 선언했지만, 공화당 내부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44)가 급부상 중이다.
그동안 고령 사회로 유권자 평균연령도 올라가는 만큼 연륜 있는 정치인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새 인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 지형 변화 중심에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중시하는 MZ세대로의 시대 전환이 있다. 한국도 이러한 세대 간 충돌을 경험 중이다. 워싱턴에서의 세대교체 바람이 여의도까지 전해질 날도 머지않았다.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kk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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