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사소한 불편함이 연쇄창업 원동력"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2. 12.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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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CEO 특강 / 이혜민 핀다 대표 한양대서
전세대출 어려움 직접 겪은 후
모바일 비교 플랫폼 핀다 창업
"가능한 많은 사람들 의견 듣고
성공과 관계없이 도전 나서길"

"전세대출을 받으면서 너무 불편했습니다. 식품, 가전 등 수많은 상품들은 모바일로 비교하고 나서 주문할 수 있는데 대출은 반드시 발품을 팔면서 여러 영업점을 돌아다녀야 했죠. 그래서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를 만들었습니다."

이혜민 핀다 대표(38)는 "불편함이 나를 창업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최근 한양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매경 CEO 특강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다.

이 대표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이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며 "'원래부터 그런 건가'라고 질문하고 해결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이나 회사를 창립한 '연쇄창업가'다. 이 대표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20대에 창업을 시작했다. 2011년 화장품 구독 서비스 기업 '글로시박스' 설립을 시작으로, 유아용품 구독 서비스 기업 '베베엔코', 건강관리 앱 서비스 기업 '눔 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핀다는 네 번째로 만든 회사다.

이 대표는 기업가 정신이 "성공과 실패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 발짝씩 도약해보는 시도"라며 "현재 존재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4개 회사를 세우며 배운 교훈과 시행착오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첫 회사 '글로시박스'도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창업 전 근무했던 회사에선 화장을 꼭 하고 다녀야 했는데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이 대표는 "화장품은 너무 많고 다양한데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화장품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그 화장품의 광고 모델이 누군지뿐이었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바꿀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때 미국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에서 읽은 한 기사가 영감을 줬다. 박스에 여러 샘플을 넣어 미리 신제품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회사가 생겨 투자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이를 화장품에 적용했다. 한 달에 1만6500원을 내면 전문 상품기획자(MD)가 매달 다양한 화장품 샘플을 모아 보내주는 식이다. 글로시박스는 출시 3개월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단기간 내 유료회원도 2만명 이상을 확보하며 흥행했다.

이 대표는 "'시장을 읽는 눈'과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새로운 상품, 더 좋은 품질을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계속해서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베엔코' 창업은 이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삽질'이었다. 글로시박스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유아용품, 유기농 식재료 구독 서비스 기업을 만들었지만 이를 크게 키우는 데 실패했다.

유료 회원 5000명까지는 쉽게 모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냉장 차량이 부족해 서울시에서 3개 구, 그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만 배송할 수 있었다. 그는 "배송지를 넓히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물류에 수십억, 수백억 원을 투자해야 했다"며 "창업할 때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직원 150명 규모의 핀다를 경영하면서 팀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제품을 구상하는 것부터 실제로 구현하고 출시하는 데까지 혼자서 다 할 수는 없고 팀으로 일해야 하는데 모든 팀원이 회사의 핵심 가치를 향해 같이 나아가는 게 성장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동업은 서로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친분이 아니라 창업 아이템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춘 팀원들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초기 창업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 등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창업은 내가 불편한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와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이라며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라"고 강조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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