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도시의 추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스포츠와 도시, 과연 어떠한 연관성을 보유하고 있는가?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정보기술(IT) 기반 신기술의 급속한 보급과 전파가 이루어지고 국경을 초월한 정보공유가 되면서 전통적인 지역사회의 개념이 쇠퇴하게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첨단기술에 바탕을 둔 신규 산업군의 등장은 전통적인 도시 기능에도 변화를 유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시 간 경쟁우위 확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에 따라 도시는 기존 산업적 특성이나 고유 정체성만으로는 도시기능 유지 혹은 발전에 있어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산업의 고도화 또는 도시 간 경쟁심화는 개인과 집단의 생활터전이자 경제활동의 중심지인 도시의 근원적인 기능 수행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의 철강·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셰필드(Sheffield)와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Detroit)는 지역 대표 산업의 몰락으로 도시존립 기반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다양한 극복방안을 강구하게 되었고 그중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도시활성화 방안이 대두되었다.
스포츠를 매개체로 선택한 이유는 스포츠산업의 높은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타 분야와의 활발한 융·복합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Johnson(1993)의 분석에 따르면 스포츠는 도시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호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유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도시들이 도시의 본원적 기능회복과 기존 이미지 회복을 위해 스포츠로 특화된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비단 유럽 등 해외에 국한된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최근 들어 탈지방화, 인구소멸 등으로 지방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에 발맞추어 정부는 국정과제인 ‘스포츠산업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역 기반 스포츠도시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스포츠를 통한 지역활성화라는 도시의 전략적 추진목표가 국가적으로 가사회된 현상황에서 과연 스포츠도시 정립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사항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스포츠도시의 개념과 의의
그렇다면 ‘스포츠도시’는 과연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포츠와 도시의 상호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스포츠는 주로 도시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되는 경향이 농후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국위선양과 대외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동·하계 올림픽이나 FIFA 월드컵 등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도시의 이미지 재정립을 위해 스포츠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최근까지 스포츠와 도시 간 관계를 규명한 다양한 학문적 이론들이 제시된 바 있으나, 스포츠도시에 대한 명확한 학술적 정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포츠가 도시기능 수행에 기여한다는 측면과 특정 스포츠종목을 바탕으로 도시 홍보에 활용한 사례 등을 근간으로 스포츠도시로 명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스포츠와 도시의 상호 연관성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스포츠도시를 조작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보편적인 관점에서 주요 스포츠이벤트 개최를 주관하거나 도시주민의 스포츠종목별 참여율이 높고 동호회조직이 활성화된 도시를 지칭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스포츠 중심지로서 특정 지역을 상징화할 수 있는 스포츠 관련 시설이나 인프라 등이 타지역이나 권역에 비해 우수한 도시를 의미한다.
둘째, 산업·경제적 관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스포츠를 주요 수단으로 채택하는 입장에 따른 정의이다. 즉, 타지역보다 탁월한 스포츠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포츠 참여 프로그램 보유와 랜드마크(landmark) 성격의 스포츠이벤트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도시이다. 또한, 해당 도시만의 특화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소비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다양한 인구집단을 유입시켜 지역의 경제적 효익 창출에 기여하는 기능도 복합적으로 갖춘 도시이다.
스포츠도시, 왜 필요한가?
도시의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 서비스 중심적인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내·외부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여 그 기능을 재정립하거나 혁신함으로써 도시의 영속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 과정, 특히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첨단 융·복합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교통운송수단의 다변화로 전통적인 도시의 성격이 재정립되고 있다. 즉, 도시의 기능유지와 미래 번영을 목표로 하여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기존 행정중심적인 아닌 도시경영 추세가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실현하는 핵심수단으로 정보서비스 부문의 도입과 성장이 도시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Hall & Pfeiffer, 2000).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대표적인 서비스 분야 중 하나이며 산업화 가치가 높고 다양한 분야와 연계하여 상품화가 가능하다. 그 결과 도시운영 주체가 메가스포츠이벤트 유치를 비롯하여 스포츠관광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
스포츠도시 성공사례의 지속 배출로 인한 추진 가속화 현상이다. 스포츠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주목한 해외 각국에 소재한 도시들은 대외 경쟁력을 보유하고 기존 산업들의 몰락을 상계할 수 있는 현실적·지속적 대안으로 스포츠 전문화 도시를 꾀하였고, 세계 각지에 걸쳐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배출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스포츠가 도시재생을 위한 핵심 콘텐츠로 채택 가능하다는 점이 실질적으로 검증되었고 관련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하면서 스포츠도시로의 전환 필요성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도시 차별화 전략 요소로 스포츠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스포츠와 도시 간 결합은 도시경영의 지속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틀을 형성할 수 있으며, 도시기능의 재활성화를 위한 대안 중 스포츠를 도시의 핵심테마로 상정할 경우 그 활용도 측면에서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특별한 장벽 없이 전 세계 인류가 수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규칙과 수행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성별, 연령별 수준과 기호에 맞는 다양한 직·간접 참여상품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유연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에, 특정 스포츠종목이나 스포츠이벤트가 대외적으로 해당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무형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 효용성이 높다.
스포츠도시의 핵심 기능요소
스포츠가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앞서 제시한 유사사례와 그 상관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인류가 향유할 수 있는 공유 가치재이며, 스포츠 본연의 속성과는 별개로 스포츠 산업화라는 관점에서는 모든 도시에 일률적인 적용이 곤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별 도시가 직면한 대내외적인 환경에 따라 추구하는 테마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타지역에 비해 자연친화적 스포츠 참여 프로그램 개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환경을 갖춘 도시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도시의 스포츠 도시 추진 방향성에는 차이가 있다. 다만, 스포츠도시로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은 존재하며 도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이에, 보편적인 관점에서 스포츠도시의 핵심 기능요소를 아래와 같이 제시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들은 단편적 혹은 복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스포츠 직·간접 체험 프로그램의 유무가 중요하다. 따라서 도시의 전반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스포츠종목군 등을 선정,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범주에는 단순히 해당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스포츠 참여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도시 내·외부에서 참여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기능도 수반된다.
스포츠 커뮤니티 조성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스포츠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기능 확보를 의미한다. 종목별 스포츠클럽 운영, 종목별 리그경기 등이 원활하게 전개되며, 동호회를 기반으로 타지역과의 교류도 진작시킴으로써 참여 중심적 스포츠도시로서 그 정체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다만, 대외 스포츠교류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수의 스포츠 참여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각종 공중접객시설 등이 충분히 구비되어야 한다.
스포츠 테마시설의 보유여부가 중요하다. 이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다목적 스포츠시설이나 특정 종목의 중심지임을 표명할 수 있는 스포츠시설이 해당된다. 해당 시설의 개선과 신규 스포츠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투자 활동도 병행할 수 있는 역량도 동시에 요구된다. 아울러 해당 테마시설 이용객의 도시 내 활동범위 확대를 유도하여 지역 내 관광 등 연관소비를 도출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획을 동반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수목적 지향적인 스포츠활동 공간 제공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종목별 전지훈련장, 산악 또는 해양 등 자연친화적 레저스포츠 공간 등을 들 수 있다. 전지훈련장의 경우 전문화된 도시로 정립되어 개인이 아닌 다수의 스포츠팀 조직이 특정 시기나 계절에 주기적으로 방문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방문 도시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 확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환경친화적 레저스포츠 활동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감안하여 특수목적을 충족시키는 스포츠도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도시 기능 정립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외 도시들은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규 동력으로 스포츠를 선택하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시운영과 발전은 민간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공공행정이 전담하는 분야이며, 성공적인 스포츠도시 역할 정립을 위해서는 도시행정주체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견지해야 하는 구체적인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를 다음에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스포츠도시화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후 단계적 방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이 등장할 수 있다. 스포츠로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사안이나 사업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소, 내·외부 규제 완화, 중앙정부로부터의 사업예산 보조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도시 스포츠진흥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이는 스포츠도시 운영기획 및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사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스포츠 전문조직이다. 민간의 스포츠 전문가 집단 참여를 통해 해당 도시여건에 적합한 다양한 스포츠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도 도시 내 스포츠 진흥사업을 전담하는 스포츠커미션(sports commission)이 활발히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스포츠 핵심상품 및 연계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내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포츠도시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각종 스포츠 관련 서비스나 프로그램들이 요구된다. 이는 개발 후 고착화되기보다는 개인의 생활방식이나 인구구조 등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한 신규 스포츠 연관 상품 발굴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된다면 해당 스포츠가 전문화된 도시로서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방문 참여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 이 원고는 고경진(2022)의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기념 한국체육학회 학술대회 발표자료인 「지역스포츠도시 개발 방향과 지자체의 역할」의 일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음.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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