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다 변화가 심상치 않다…촘촘한 해양기상 관측망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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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 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다. 관상>
날씨에 비유해 현상 그 자체보다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먼저 보고 앞날을 예견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담은 말이다.
이는 날씨, 특히 기후변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날씨와 기후변화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그 해답을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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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유희동 | 기상청장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다. 날씨에 비유해 현상 그 자체보다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먼저 보고 앞날을 예견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담은 말이다. 이는 날씨, 특히 기후변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기후변화 국민인식 조사에서, 국민 대부분은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 변동성이 커졌고 이로 인한 극한의 날씨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면이 강했는데, 이는 예측 능력의 한계에 대한 염려에서 초래된 것일 수 있다. 만약 기상청이 정확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면 국민은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변화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날씨와 기후변화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그 해답을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해상 날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바다에서 부는 바람, 해상풍이다. 해상풍은 선박 안전 문제와 직결되며, 파랑을 발생시키기에 해상 상태를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최근 전 세계 해상풍의 강도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간 10% 이상, 최대 13%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역의 해상풍 증가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높다. 전 해상에서 연간 최대풍속이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세계 평균 증가율의 4배에 이른다. 또한, 주변 해상에서 풍랑주의보 기준인 풍속 14m/s 이상이 나타나는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해상풍은 겨울철 강한 고기압이나 여름철 태풍 같은 저기압이 해상으로 이동할 때 급격히 증가한다. 매년 최대풍속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강한 고기압 또는 저기압에 노출된 경우가 많고, 해상 상태 또한 점차 험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수면 온도 또한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 결과로 날씨와 기후변화를 탐지하는 중요한 인자로 활용된다. 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감시해 온 수온 변화 경향을 살펴보면, 해수면 온도는 1910년대부터 오르기 시작해 0.5~1℃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열용량 증가는 해수 열팽창으로 이어지고, 결국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 정도는 더 강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0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전세계 평년값(1991~2020년 평균 17.1℃)에 비해 1.3℃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서해가 2.45℃로 변화 폭이 가장 컸는데, 서해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공기가 거치는 바다라는 점에서 한반도 날씨와 기후변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상 기상요소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바다의 관측소가 필요한데 지상 관측소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설치도 어렵고, 그 유지비용도 막대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바다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날씨와 기후변화 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첫번째 할 일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촘촘한 해양기상 관측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날씨와 기후변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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