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조폭’ 이어 ‘북핵’까지…점점 거칠어지는 정부의 화물연대 때리기

구민주 기자 입력 2022. 12. 5. 16:35 수정 2022. 12. 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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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화물연대 파업,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이상민 "이태원 참사와 마찬가지 재난" 원희룡 "조직폭력배"
여권 ,보수층 결집 성공했다는 판단…말의 '인플레이션' 지속할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4회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조를 향한 정부·여당의 강경발언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화물연대를 향해 강경 대응을 본격화한 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정부·여당의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강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적대화 노선은 정부와 노동계 간의 일말의 타협 여지마저 차단하고 있어 향후 갈등이 심화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연대 사태를 겨냥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핵은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북정책을 펴왔다면 지금처럼 북핵 위협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조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도 "지금 이 시점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북핵' 비유 발언에 대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YTN에 출연해 "화물노동자들도 우리 국민 아닌가. 국민을 어떻게 핵폭탄에 비유할 수 있느냐"며 "지난번 MBC에 대한 적대적 언론관에 이어 적대적 노동관을 표출한 것으로 매우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오남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무부처 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민주노총을 겨냥해 '조폭'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건설노조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 현황 점검차 부산의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찾은 원 장관은 민주노총을 향해 "조직적인 집단의 힘을 가지고 대화와 정상적 거래가 아닌 위력과 협박을 사용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고 조직적인 폭력을 줄여 조폭이라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받은 운송사나 차주가 업무에 복귀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명령서를 받고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을 경우 행정처분은 물론 수사도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보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친 발언 역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 장관은 11월28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며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와 똑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해 단계별로 조치하게 돼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 장관은 10.19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서 사퇴 여론에 직면해 있기에 더욱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연일 노조를 향한 한껏 날이 선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노조를 북한에 비유하며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5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련대사'라는 제목으로 보낸 글이 자랑스러운 듯 올라와 있다"며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민주노총을 일컬었다. 권성동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노총은 연쇄파업 와중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운운해왔다"며 "민주노총 파업의 본질이 종북으로 점철된 정치투쟁이라는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부터 정부·여당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표현이 거세지는 '말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배경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화물연대를 파업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여권 내에선 이른바 '노동계 때리기' 효과가 보수층, 나아가 일부 중도층에도 긍정적으로 발휘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권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일,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1월28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앞두고 노동계가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한 데 따른 회신이다. 노동계에선 이를 근거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란 점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에 대한 단순한 의견 조회 절차일 뿐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우려 표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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