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에 팔게요” 파격가 매물이었던 스키장의 말로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12.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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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스키 인구 77% 급감한 일본
한국도 스키 인구 10년새 반토막
[왕개미연구소]
경기도 포천시 베어스타운 스키리조트./뉴스1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올해 강원도 스키장은 12월 초가 되어서야 뒤늦게 개장했다. 늦어도 11월 말, 2010년에는 10월 말에 개장했는데 오픈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85년부터 영업해 왔던 경기 포천의 베어스타운이 올해 스키장 운영을 중단했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서 적설량이 줄어든 데다, 고령화·저출산 여파로 스키 인구가 감소하고 스키 외에도 더 재미있는 레저 활동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스키장 이용객은 지난 2011년 말 686만명을 찍었지만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382만명으로 44% 줄어들었다. 청춘과 중년층이 스키를 외면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다.

20대 회사원 A씨는 “예전에 겨울 레저는 스키나 보드가 유일했지만 지금은 같은 돈으로 즐길거리가 넘쳐난다”면서 “방구석에서 손가락만 놀려도 재미나는 것들이 많는데, 추운 곳에서 비싼 돈 내면서 타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20대 C씨는 “20~30대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스키는 인스타에 올리기에 좋은 사진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 (여성들은) 특히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50줄에 들어선 회사원 B씨는 “왕년엔 겨울시즌권 끊어서 스키장 죽돌이로 살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상 걱정이 커졌고 몇 년 전부터 가지 않았다”면서 “스키는 내가 아무리 잘 타도 상대방이 갑자기 돌진해오면 피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폐쇄된 일본 나가노현의 이이즈나코겐 스키장.

일본 스키장은 우리보다 먼저 인구 감소 충격을 받았다. 나가노 동계 올림픽이 열린 1998년만 해도 일본의 스키 인구는 1800만명에 달해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난 2020년엔 430만명으로 급감했다. 일본 언론들은 ‘고령화·저출산’을 주원인으로 꼽으면서도, 겨울용 오락과 스포츠가 다양해졌고 수십년간 월급이 오르지 않아 소득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영난에 빠진 일본 스키장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지난 1965년 나가노 현에 설립된 이이즈나코겐(飯綱高原) 스키장은 나가노 동계 올림픽 당시에 모글·에어리얼 스키 경기장으로 꼽히며 시대를 풍미했던 곳이다. 나가노시 중심부에서 차로 30분 만에 갈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스키장 설질이 좋아 인기가 높았고, 단돈 5만엔(48만원)만 내면 밤에 스키장 코스를 통째로 빌려주는 파격 서비스도 제공했다.

지난 2019년 10월 나가노 관광진흥과가 펴낸 자료의 일부. 빨간색 글씨로 '스키장을 0엔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민간 공모를 진행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스키장 운영을 맡았던 나가노시는 적자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 2019년 “수십년간 스키장에 30억엔을 투입했는데 스키장을 찾는 인구는 3만명에 그쳤다”면서 “공모를 통해 민간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스키 리프트 노선 7개, 전체 면적 60.53헥타르로 축구장 크기의 60배인 이 스키장의 가격은 놀랍게도 0엔. 단 인수 후 10년간 운영해야 하며, 국유지·시유지 이용료로 매년 230만엔(약 2210만원)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파격적인 매매가에도 공모에 참여한 민간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고, 결국 2020년 2월 스키장은 문을 닫았다. 나가노 관광협회는 같은 해 12월 스키장 경사면 일대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무료 눈썰매장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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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시는 경영난에 빠진 스키장 운영을 중단하고 무료 눈썰매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지난해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나가노 관광협회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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