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떼고 수수료 내고…인기 시들한 만기매칭 ETF

김사무엘 기자 2022. 12. 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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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열풍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기매칭형 채권 ETF(상장지수펀드)의 인기가 예상보다 저조하다. 채권 직접 투자시에는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과 각종 수수료 부담에 상품구조의 생소함 등으로 개인 투자자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동시 상장한 만기매칭형 ETF 8종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지난 2일까지 413억원이다.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순매수가 158억원으로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었다.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와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액티브'는 각각 96억원, 86억원을 순매수했다.

'KBSTAR 25-11 회사채(AA-이상)액티브'와 'KODEX 23-12 국고채액티브'의 개인 순매수는 각각 31억원, 24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ETF의 개인 순매수는 10억원 미만으로 거래액이 미미했다.

이 기간 ETF 8종의 총 설정액은 6630억원에서 8645억원으로 2015억원 증가했다. 장외시장에서는 2000억원 가량의 기관 자금이 유입됐지만 유통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반면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의 채권 직접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개인의 채권 직접 순매수 규모는 1조835억원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개인의 채권 투자심리가 한 풀 꺾이는 듯 했지만 5~6%대 높은 금리의 회사채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최근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중이다.

만기매칭형 ETF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개인의 채권 투자 열풍에 힘입어 출시된 상품이다. 개별 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만기가 있어 만기때까지 보유하면 약속된 수익률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채권 ETF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실 우려를 줄이면서도 개별 채권 투자 대비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와 달리 개인의 매수세가 크지 않은 원인으로는 우선 상품의 생소함이 꼽힌다. ETF 투자자 대부분은 주식 거래에 익숙한데, 만기가 있고 만기일에 청산한다는 개념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채권 ETF는 일정한 듀레이션(채권의 잔존만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ETF 내 보유자산을 교체한다. 예를들어 국고채3년물 ETF는 채권 내 평균 듀레이션이 3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기가 짧아진 채권을 매도하고 만기가 긴 채권을 매수한다. ETF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기 때문에 매수 시점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기매칭형 ETF는 특정 시점에 만기가 다가오는 채권들에 투자한 뒤 종목교체를 하지 않고 만기때까지 유지한다. 만기가 오면 보유자산과 함께 ETF를 청산하고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정산한다. 채권은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없기 때문에 만기매칭형 ETF 역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ETF명이나 특징이 직관적이지 않고 생소한 측면도 투자자들이 낯설게 느끼는 원인이다. 만기매칭형 ETF 이름에는 투자한 자산과 만기일등의 정보가 들어있다. 예를들어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는 2024년10월 만기인 투자등급 'A+' 이상 회사채에 투자하는 ETF다. 숫자로 표현된 이름만 봐서는 ETF가 존속기한이 있는 상품인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

만기매칭형 ETF 투자시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YTM(기대 수익률)이다. YTM은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이자와 채권 가격 상승 등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연환산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거래시스템)상에서 만기매칭형 ETF를 매매할 땐 정작 중요한 YTM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홈페이지에 일일이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개별 채권 직접 투자는 각 증권사가 상품의 만기, 신용등급, 수익률 등 주요 정보를 제시하고 있어 오히려 ETF보다 거래 전 정보를 알기 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금이다.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할 때는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배당소득세를 낸다.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기매칭형 ETF는 시세차익과 이자소득에 대해 모두 15.4% 세율로 과세한다. 게다가 ETF는 0.05~0.1% 정도의 운용 수수료도 내야 한다. 만기보유라는 전략은 같은데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했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과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품구조가 기존 ETF와 달리 생소할 뿐더러 세금도 내야한다"며 "하지만 환금성이나 분산투자 효과 등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세이연 혜택이 있는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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