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회선진화법' 이후엔 항상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했다?

구정모 2022. 12. 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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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론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통과…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 덕
그전엔 해 바뀌기 직전 처리가 관행화…아예 해 넘겨 처리한 적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될 수 있을까. 일단 법정 시한(2일)은 이미 지났다.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야는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을 예산안 처리의 '2차 데드라인'으로 잡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양당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꾸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2014년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이후 예산안(처리)이 정기국회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의 언급처럼 2014년 이후엔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전부 처리됐을까.

여야 2+2 예산안 협의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성일종·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2 예산안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철규 예결위 간사·성일종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박정 예결위 간사. 2022.12.4 uwg806@yna.co.kr

2014년 이후로도 헌법상 데드라인 준수한 적은 2번뿐

2014년을 기점으로 삼으면 조 의원의 말이 맞는다.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적은 없었다.

우선 예산안 처리 시기는 헌법이 규정한다.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못 박았다.

우리나라의 회계연도는 1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이므로, 헌법상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12월 2일(30일 전)이 데드라인이다.

정기국회는 9월 1일부터 100일 이내로 진행된다. 통상 정기국회가 100일간 열리므로 회기 마지막 날은 12월 9일이 된다.

2014년 이후 예산안 처리 현황을 보면 국회가 법정 시한(12월 2일)을 준수한 적은 2014년과 2020년 등 2차례 밖에 없었지만, 이를 못 지켜 늦장 처리하더라도 정기국회 회기 내에는 내년도 예산안 작업을 끝냈다.

2019년엔 12월 10일에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그해 정기국회가 9월 2일 개시됐기에 12월 10일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다.

국회가 이같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개정된 국회법을 말한다. 안건의 신속처리(일명 패스트트랙), 무제한 토론의 실시(필리버스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 국회법엔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도 신설됐다. 단, 이 조항은 2014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크게 2단계로 심의한다.

우선 상임위원회별로 소관 예산을 예비심사한다. 상임위가 이를 마치고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예결위가 종합심사를 진행한다.

예결위의 종합심사가 끝나면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고, 본회의에서 이를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는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을 제외하곤 별도의 처리 시한 규정이 없었는데,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상임위나 예결위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을 심의하지 못하면 예산안이 다음 날(12월 1일)에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만큼 12월 1일 이후엔 여든, 야든 본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할 수 있다.

국회 다수당이 소수당과 합의하지 않고 예산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언제든 처리될 수 있으므로 여야가 예산안 합의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내년 예산안 처리(CG) [연합뉴스TV 제공]

[표] '국회선진화법' 이후 연도별 국회 예산안 처리 일자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국회 의정자료집 자료.

국회선진화법 전엔 연말 처리가 '관례화'…2012·2013년엔 해 넘겨 처리

2014년 국회선진화법의 자동부의 조항이 도입되기 전엔 국회의 예산안 늦장 처리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행 헌법이 적용된 1988년부터 자동부의 조항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까지 26년간 국회가 법정 시한을 준수한 적은 6회에 그쳤다.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그나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 사례도 4회에 불과했다.

대개 연말에 가서야 부랴부랴 예산안을 처리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선 늦장 처리가 '관례화'되다시피 했다.

2004년에 새해를 1시간여 앞둔 12월 31일 오후 10시 50분께 예산안을 의결한 것을 비롯해 이후로도 2005년(12월 30일), 2006년(12월 27일), 2007년(12월 28일), 2009년(12월 31일), 2011년(12월 31일) 모두 연말에 가서야 예산안 작업을 끝마쳤다.

그러다 급기야 2012년엔 예산안을 이듬해인 2013년 1월 1일 오전 6시 4분에 처리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이 처리된 것이다.

다만 '해를 넘겼다'는 의미를 일반적인 달력상 한 해인 역년(曆年)이 아닌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1951년, 1952년, 1953년에는 회계연도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회계연도는 4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였다. 국회는 1951년엔 4월 30일, 1952년엔 4월 18일, 1953년엔 4월 30일에 각각 예산안을 의결했다.

회계연도는 1956년 6월 옛 재정법(현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현재와 같은 1월 1일∼12월 31일 체제로 바뀌었다.

내년도 예산안을 새해 첫 동이 틀 무렵 처리한 사례는 2013년에도 이어졌다. 국회는 그해 12월 31일 자정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이듬해인 2014년 1월 1일 오전 5시 51분께 의결했다.

단독상정 안돼! [연합뉴스=자료사진]

국회선진화법이 등장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국회선진화법을 마련한 18대 국회(2008년 5월 30일∼2012년 5월 29일)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점철되다시피 했다.

당시 국회에서 여야는 다양한 사안을 두고 대치하며 해머, 전기톱, 소화기 등 다양한 '도구'를 동원해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심지어 최루탄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2008∼2011년 4년 연속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런 '동물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자동부의 조항이 적용된 첫해인 2014년에 국회는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준수했다. 이는 2002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었다.

이어 2015년(12월 3일)과 2016년(12월 3일)엔 간발의 차이로 법정 시한을 놓쳤다. 이후 예산안 처리 시기는 2017년(12월 6일), 2018년(12월 8일), 2019년(12월 10일) 등 해가 갈수록 뒤로 밀렸다.

국회는 2020년엔 다시 6년 만에 법정 시한을 준수했으나 작년엔 12월 3일에 '지각' 처리했다.

[표] '국회선진화법' 이전 연도별 국회 예산안 처리 일자

※ 국회 의정자료집 자료.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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