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자율주행버스 타봤어요~

2022. 12. 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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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청계천을 오가면서 산책하고 있다. 청계광장에서 종로3가까지 이르는 길이다. 11월 25일부터 종로구 청계천에서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내가 청계천을 산책하면서 다니던 길과 겹친다. 문득 한 박람회에서 전시된 자율주행차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운전자가 없이 운행하는 차량이라니 눈앞에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어 국내 곳곳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청계광장 입구에 자율주행버스 정류장이 있다.

청계광장 입구에 진입하니 자율주행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스마트폰에 서울 자율주행 전용 앱 ‘TAP’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상암과 청계천 두 곳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이다. 청계천을 선택하니 출발지와 도착지가 나온다. 출발지를 청계광장으로 해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했다. 앱에서 좌석이 지정되고 차량이 도착하는 시각을 알려준다.

자율주행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앱 ‘TAP’을 실행해서 예약해야 한다.

자율주행버스 운행 첫날이라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앱으로 호출하다 보니 자율주행버스 도착 시각에 맞춰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저 멀리서 버스가 정류장으로 오고 있다. 버스에 탑승한 뒤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안전띠를 매자 출발하기 전에 음성 안내가 나온다. “저는 신호도 잘 지키고 과속도 하지 않지만, 도로에서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드라이버는 승객의 안전과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음성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

자율주행버스의 유리창이 큼지막해서 승객들의 시야가 많이 확보된다.

정류장에서 출발한 버스가 스르르 움직인다. 먼저 차량 내부를 살펴봤다. 좌석은 곡면으로 설계되어서 내 몸에 맞춘 듯 편안했다. 전기로 운행하고 있어서 쾌적하고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차량의 측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고, 천장에 대형 전면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차량에 탑승한 승객들의 시야가 넓게 확보되었다. 

앞에 앉은 승객이 일행에게 “천장을 올려다봐. 하늘이 그대로 보여. 나중에 눈이 오는 날에 이 버스를 타면 어떨까?”라고 말한다. 그 말에 일행이 맞장구를 치면서 “첫눈이 오는 날 청계광장에서 만나서 이 버스를 타기로 약속하자”라고 대답한다. 그들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파란 하늘이 더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자율주행버스가 경유하는 세운상가 정류장은 일반 버스 정류장과 동일하다.

청계광장에서 출발해서 세운상가를 경유해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순환버스이다. 자율주행버스지만 현행 법령에 따라 시험운전자(안전관리요원)가 동승하고 있다. 서울시와 협의해서 현재 두 구간에서 차량을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다. 마지막 반환점인 청계광장을 돌 때, 세운상가 인근 공사장을 지날 때이다. 그 외는 자율주행차가 자동으로 운행하고 있다. 

운전석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차량의 주행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운전석에 널찍한 스크린이 있어서 도로 위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자율주행버스가 도로 위를 운행할 때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거나 행인들이 나타나면 차량이 멈춘다. 이때 스크린을 보니 차량 앞에 물체를 감지하면 자율주행버스가 자동으로 운행을 멈추고 있다. 신호대기 중일 때 자율주행버스의 모습을 보고 행인들이 신기한 듯 자꾸만 쳐다보고 있다. 승합차치곤 차체가 둥글고 작아서 앙증맞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고 이동하는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유람하는 것 같았다. 바깥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앞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다 보니 이런 차라면 온종일 차 내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계광장부터 세운상가까지 펼쳐지는 전경을 찬찬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다. 서울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마 승객들 모두가 나와 유사한 생각인 것 같다. 다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청계천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청계광장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안전에 대한 염려는 없었어요. 지금보다 더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우리가 좋든 싫든 자율주행차를 수용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청계천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버스를 탑승해보는 경험을 가져보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어린 자녀와 함께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정윤근 씨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차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직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점차 자율주행차 운행이 확대되고 있으니깐요. 우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이 분야를 공부해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이지만, 시험운전자가 안전관리요원으로 동승하고 있다.

이 자율주행버스는 기획 단계부터 자율주행 대중교통을 목적으로 만든 자율주행 전용차량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에서 제작했다. 8인승 차량으로 안전요원을 제외한 최대 7명이 탑승할 수 있다. 카메라 12대, 레이더 6대가 탑재되어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면서 운행한다. 차량 문에 압력 감지, 빛 감지(광센서)를 적용하는 등 첨단 안전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차량 내부에 설치된 대형화면과 좌석별 USB 포트로 승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스마트폰에서 ‘TAP’을 실행한 모습.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좌석이 배정되고 차량의 도착시간이 나온다.

운행 구간은 우선 청계광장~세운상가~청계광장까지를 순환하는 총 3.4㎞이며, 총 25개의 횡단보도가 있다. 정류장은 청계광장, 세운상가 두 곳이 있다.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면서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청계5가까지 운행 구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운행 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낮 12시부터 1시 30분까지는 안전을 고려해 운행을 잠시 멈춘다. 토요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 없이 운행하며, 평일이 공휴일인 경우 ‘청계천 차 없는 거리’ 운영으로 운행하지 않는다.  

자율주행버스의 운전석 앞에 대형 스크린이 여러 대 설치되어 있다.

광화문광장과 인접한 청계천 일대는 연간 4000만 명이 방문하는 서울의 인기 명소이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가 자율주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포티투닷(42dot) 김정우 실장은 “자율주행차는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설계된 차량입니다. 운전자의 실수 같은 것을 허용하지 않죠”라면서 “청계천은 보행자, 이륜차, 자동차 등이 혼재된 복잡한 도로 환경입니다.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고 이를 통해 운행 데이터가 축적되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자율주행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주의할 점을 물어보니 “차량에 탑승하면 반드시 지정된 좌석에 앉고 또 운행 중에 자리를 이동하면 안 됩니다. 안내 음성대로 따라하면 됩니다”라고 당부한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해보니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국내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이 집약된 자율주행차의 발전상을 체감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문물이 점차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나 또한 열린 마음을 갖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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