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싱가포르서 파격 로드쇼…삼성 첫 여사장의 성공스토리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사진제공=삼성전자

5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오너가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한종희 DS(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의 2인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됐다.

이영희 삼성전자 DX 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은 이날 단행된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 최초의 여성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에는 23개 계열사가 있지만 그간 여성 사장은 이재용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사진제공=삼성전자

이 신임 사장은 외국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그룹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여성 임원 최고위직에 올랐다. 스마트폰 갤럭시 등 모바일 제품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며 갤럭시 브랜드 안착과 흥행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전자의 간판 여성 임원으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평소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듣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옴니아가 싱가포르에서 첫선을 보였던 2008년 6월 길거리에서 로드쇼를 펼쳤던 일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휴대전화 마케팅은 TV 광고나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이후 옴니아는 싱가포르 시장 1위에 올랐고, 로드쇼는 삼성 마케팅의 주요 전략으로 활용됐다.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온 인재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인재와 기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시고 양성해야 한다고 언급해 왔다. 2020년 8월 여성인력 간담회에서는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사에 대해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인재 철학은 이외 사장단 인사에서도 묻어났다. 성과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능력을 증명한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다. 영업·기술·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을 주도한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선단공장 개발을 리딩해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이 이번에 사장에 오른 것을 보면 그렇다.

관심을 끌었던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는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DS·CE(가전)·IM(모바일)의 트로이카 체제를 DS·DX의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불확실한 대외변수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동시에 미래 준비를 위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두 대표이사에게 유임이라는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