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한 은행간 채권 발행… “급한 불은 끄겠으나 유동성 효과 미미”

정민하 기자 2022. 12.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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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묶어놨던 은행채 발행의 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 예·적금 의존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낮출 수 있게 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사모 방식의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은행들의 자금 돌려막기에 그치게 되고, 만약 포함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조달 비용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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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묶어놨던 은행채 발행의 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과 같은 사모 방식은 자칫 은행끼리 돌려막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유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이에 대비해 사모 방식 은행채 발행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했다. 국민은행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모 은행채 인수 후보로 신한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은행채 사모 발행은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의미한다. 채권 발행 은행과 인수 은행 사이에 증권사가 중개사로 들어가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은행끼리 은행채를 거래하면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은행채를 발행해 B은행에 팔아 현금을 확보하면, 추가 기업대출 여력 등이 생기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은행들이 공모가 아닌 사모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상황에서 원하는 은행끼리 은행채를 매입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주요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만큼 공모 시장에서 은행채를 대부분 소화할 수 있었다. 금리는 다소 높지만, 일괄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사모 시장은 공모 시장에서 발행하기 어렵거나 자금이 급한 상황일 경우에만 찾았다.

그러나 은행권은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를 발행해 은행 간 거래하는 방식이 유동성에 얼마나 효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모 은행채의 경우 한국은행의 적격담보대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해줄 때 인정하는 담보물로 그동안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등의 국공채들만 인정해줬다.

일각에선 다른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또 다른 은행이 인수하는 품앗이 형태의 자금 조달 방법이 공정거래법상 담합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은행 간 은행채 인수는 은행법상 제한이 없으나, 사전에 금리를 조율하는 경우와 같이 자칫 담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촬영한 지폐.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1월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까지 확대하기로 의결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모 형태의 은행채를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포함할지를 놓고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 예·적금 의존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낮출 수 있게 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사모 방식의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은행들의 자금 돌려막기에 그치게 되고, 만약 포함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조달 비용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 왔다. 은행채는 한전채와 함께 레고랜드 사태 전부터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여 왔다. 당국은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위축 사태로, 남은 채권 수요마저 은행으로 몰리면 자금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월 21일 국민은행에서 1400억원 규모 발행을 마지막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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