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10% 오를 때 생산자물가 2% 상승 … "기업 가격전가 심화"

지난 11월 2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임금이 10% 오를 때 생산자물가가 2% 상승하는 등 가격 전가율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가 오른 기업이 시장에 가격전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5일 '최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한계비용(임금, 중간재 비용)의 가격전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은 중간재 수입 비용이 동반해 큰 폭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은 임금이 10% 상승할 때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과거(2013~2020년)에는 0.1% 상승한 반면 최근(2021년 이후)에는 2.0% 올랐다. 또 중간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생산자물가는 과거 5.3%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8.2%로 가격 전가율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명목임금 증가는 상여금 등 '특별급여' 증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 1인당 명목임금은 전년동기 대비 7.2% 늘었는데 이 중 약 절반(3.5%)이 특별급여 상승에 기인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기업들이 2020년에는 불확실성에 대응해 특별급여를 조절했으나 2021년 이후에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크게 반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금융업, 부동산업, 자동차·반도체업 등 일부 산업의 호황도 명목임금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노동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노동시장의 타이트함과 기대 인플레의 경우 상용직 정액급여와 함께 높아지는 정(+)의 관계를 보였다.

올해는 대기업에서 기대 인플레 상승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대 인플레 상승이 올해 2분기 사업체 정액급여 증가율을 높인 정도를 보면 대기업에서 2.58%포인트였던 반면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1.34%포인트에 그쳤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임금 상승이 물가에 전이될 수 있어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 전가율 상승은 노동비용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업의 가격전가가 더욱 강화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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