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트로피는 박물관에”···바람의 가문, 거실도 ‘정후 시대’
이정후(24·키움)는 지금 KBO리그에서 가장 바쁜 남자다.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11월말부터 12월초 사이 집중돼 있는 프로야구 시상식 중 어느 한 군데 초대받지 않은 곳이 없다. 핵심 수상자라 모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다. 시상식마다 전부 다른 의상을 준비하고 다양한 소감을 내놓으며 성의있게 참석해 올시즌 주인공의 자격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이미 받은 트로피가 10개를 훌쩍 넘는다. KBO가 주관하는 정규시즌 시상식에서만 타격 5개 부문과 함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해 6개를 받았다. 선수협이 주관하는 리얼글러브 어워즈에서도 MVP격인 올해의 선수상과 팬들이 뽑은 리얼스타상까지 2개를 받았다. 각종 언론사 주최 시상식에서도 수상한 이정후는 골든글러브까지도 수상이 유력하다.
‘바람’ 가문의 후손인 이정후의 집, 이제 아버지의 트로피 대신 아들의 트로피가 가득하다.
이정후는 “트로피가 많아졌기는 하지만 집에 진열해둘 자리는 충분하다. 아버지 트로피를 광주로 많이 보내서 공간이 생겼다”고 웃었다.
그동안 이정후의 집 진열장은 아버지 이종범이 선수 시절 수상한 수많은 트로피로 가득했다. 이종범은 선수 시절 골든글러브만 6개, 한국시리즈 MVP 2개, 올스타전 MVP(1993년)와 정규시즌 MVP(1994)에 타격왕, 도루왕 등 각 부문 타이틀과 언론사 시상식까지 합치면 수십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그 중 일부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타이거즈 역사관에 전시돼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개장하지 못했던 타이거즈 역사관은 올해 다시 팬들에게 개방됐다. KIA 구단의 요청에 따라,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종범은 소장하고 있던 트로피 중 20여 점을 지난해 기증했다.
마침 아들 이정후가 리그 최강의 타자로 올라선 시점이었다. 이정후는 지난해에도 타격왕에 올라 생애 첫 개인타이틀을 따냈고 올해는 타격 5관왕에 MVP까지 차지해 리그 최고 선수로 올라섰다. 아버지가 타격 4관왕에 MVP를 차지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그 뒤를 이었다.
이종범이 현역을 떠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공·수·주에서 전부 완벽했던 그를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지 않아 KBO리그에는 ‘바람의 아들’의 잔상이 매우 짙었다. MVP를 받고 “이제 내 야구인생은 내 이름으로 잘 살아가겠다”고 독립선언을 한 이정후는 올해 그야말로 아버지의 이름 아래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아버지의 트로피는 박물관으로 향하고 거실 진열장의 트로피가 아들 것으로 물갈이 되는 모습에서조차 진정한 ‘정후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시상식으로 바쁜 이정후는 연봉 협상은 물론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구단과 면담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11월말에 운동은 이미 시작했다. 시상식이 많고 고척돔이 너무 멀어서 아직 구단과 만나지 못했다. 연봉 협상하러 갈 때 만나뵙고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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