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물류의 기린아, 한국 ‘코코트럭’이 간다

이균성 논설위원 입력 2022. 12. 5. 14:42 수정 2022. 12. 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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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⑤ 코코넛사일로 김승용 대표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인도차이나 물류의 기린아, 한국 ‘코코트럭’이 간다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가 처음으로 가본 외국은 베트남이다. 대학 다닐 때 봉사활동을 하러 갔었다. 김 대표는 이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두 가지 점에서다. 흔히 우리가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김 대표가 보기에는 베트남이야 말로 정을 기반으로 단합하고 연대하는 민족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베트남에 비하면 우리는 개인주의 문화가 훨씬 더 강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사회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힘이 느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 당시에 “기회가 되면 꼭 이 곳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김 대표는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 뒤인 2020년 3월 베트남에서 창업했다. 그리고 ‘경제영토를 넓히는 한상(韓商)’이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 베트남 가기 위해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때 딱 한 가지만 생각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에 입사한다. 회사원이 되기 위해 취업하는 게 아니라 창업을 위한 수련의 과정으로서 입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곧바로 국내 창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국내 스타트업은 출혈경쟁이 너무 심한데다, 어찌 보면 부모 돈 놓고 재산 싸움하는 자식들 같은 느낌도 들더라구요. 베트남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고, 아무 것도 모르고 갈수는 없으니, 베트남 사업을 하는 곳에 들어가 경험을 쌓기로 했죠.”

현대자동차는 그 점에서 김 대표에게 참 고마운 회사다.

■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에 응모해 초기 빌드업

현대자동차는 베트남에 트럭 등을 수출하고 있었고, 특히 20년 넘게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 대표에겐 두 가지 모두 최상의 조건이었다. 차근차근 베트남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현대차에 준비돼 있었다.

코코넛사일로 브랜드

“현대자동차에 다니다 사내 스타트업 공모에 응모했어요. 인공지능(AI) 물류 플랫폼인 ‘코코트럭’은 그때 탄생한 것입니다. 사업은 아이디어 못지않게 실행이 중요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현대차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겁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의 사내벤처 제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스타트업은 처음 하는 일이어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한데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2년 반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럴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코로나19 봉쇄 속에 피워 올린 꽃 봉우리

현대차의 도움이 있었더라도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독립 창업 시기인 2020년 3월은 막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때다. 우리도 그랬지만 베트남도 나라 전체가 완전 봉쇄됐던 시기이다.

코코넛사일로 베트남법인 사무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시설에 격리되어야 했어요. 모든 게 낯선데 격리까리 되다보니 막막하더군요. 다행히 우리 사업이 플랫폼 기반이어서 비대면으로도 진행이 가능하고,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인프라도 훌륭한 편이어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사명 코코넛사일로에 깃든 현지화 기업철학

회사 이름 코코넛사일로에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과 현지화 전략이 내포돼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코코넛은 주로 인도차이나 반도를 비롯한 동남아 해안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코코넛사일로가 주요 타깃으로 삼는 시장이 그곳이다.

코코넛은 그만큼 이 회사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름인 것이다.

사일로는 원래 곡식 저장창고를 가리키지만 군사용어로는 미사일 발사를 위한 지하 설비를 의미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미사일이나 로켓이 되기보다는 그것을 쏘아 올리는 지하 설비 같은 회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코넛사일로 코코트럭 앱 메인

로켓은 발사될 때 하늘로 치솟는 용맹스러움을 자랑하지만 결국 대기권을 돌파하지 않으면 반드시 추락할 수밖에 없는데, 김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의 운명이 그런 것처럼 보여 우리는 안정을 강조하기 위해 사일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단순 호기심이 전략적 사업구상으로 발전

대학시절 베트남 사업 구상은 사실 단순 호기심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런데 이 호기심은 현대차 경험을 통해 전략적 사업으로 발전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는 ‘트럭 물류’를 아이템으로 삼은 김 대표와 코코넛사일로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이 지역은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의 입지를 조금씩 빼앗아가고 있는 곳이다. 8만 개가 넘은 제조업체가 분포돼 있고, 트럭을 이용한 육상 운송의 수요가 크며, 시장 규모만 해도 연간 50조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아직 미국 유럽 한국 등과 비교해 디지털 전환이 더딘 편이다. 우리의 앞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갈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코코넛사일로 코코트럭 목업 이미지

김 대표는 “코코트럭은 화주용 앱, 차주용 앱, 운송사용 SaaS 등 세 가지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며 “모두 인공지능 기반이어서 사용하기 쉬운데다, 화물 운송 의뢰, 차량 할당 및 화물 수령, 전자서명, 최적 주행 경로 산정, 운송 과정 시각화 등 물류의 모든 과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현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 ‘사용자 경험’에 대한 높은 평가와 각종 수상

김 대표는 ‘코코트럭’의 최대 강점으로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원터치 화물 운송 의뢰 ▲한눈에 보는 견적 비교 ▲실시간 화물 추적 ▲전자서명 등의 기능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쉽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대표의 이 같은 설명은 실제로 외부에서 그대로 평가받기도 했다.

코코트럭은 독일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2'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부문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비슷한 상을 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가운데 2곳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코코넛사일로는 이밖에도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하는 4차산업혁명 대상 등 창업 이후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 남미에서도 인정받은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코코트럭은 인도차이나반도를 넘어 남미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물류 스타트업인 아반카르고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것이다.

이 회사는 우르과이에 거점을 두고 남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코코넛사일로 코코트럭 플랫폼

김 대표는 “운영은 조인트벤처가 중심이 돼서 진행할 것”이라며 “코코넛사일로는 이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며, 코코트럭의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한국 등을 제외하면 코코트럭의 기술적 우위를 인정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며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 없이 자체 매출로 버티고 있습니다”

코코넛사일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뜻밖에도 아직까지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사내 스타트업에서 독립할 때 현대차가 투자한 게 전부다. 현대차와는 합리적으로 인정할 만한 수준에서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에서 속도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속가능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성장에 맞는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로켓이 아니라 사일로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알 듯하다.

올해 매출은 25억 원 가량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기업가정신 이런 거보다는 생존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직원 월급 밀리지 않게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하였다.

■ 韓商을 존경한다는 32살의 해외시장 개척자

김 대표는 1990년 생으로 올해 만 서른두 살이다. 그를 소개한 사람은 이 코너에 두 번째로 나간 레티널 김재혁 CEO다. 둘은 대학교 동창이다.

온화한 스타일인 김재혁 CEO는 김승용 대표를 소개하면서 “저와는 좀 다를 겁니다”고 말했었다. 사실이 그래 보였다. 김승용 대표는 온화하기보다는 스마트하고 당차보였다. 눈빛이 선명하고 입매도 야무졌다. 목소리도 시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는 한상(韓商)을 존경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1세대 기업인들은 제조업을 통해 해외에서 적잖은 성과를 냈습니다. 경제영토를 넓힌 것이지요.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세대는 기술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고 그 기술로 해외에 나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국내에서 출혈경쟁 하느니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씀 : 김승용 대표가 소개한 다음 인터뷰 대상은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인 옐로나이프 이한성 대표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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