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도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회귀 부활하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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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의 급부상, 주말드라마 후계구도에 어떤 변화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19.4%(닐슨 코리아). 이제 20% 시청률이 목전이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첫 회 방영 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주춤하지 않고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왔고 8회 만에 20% 시청률의 목전에 접근했다. 최근 2년 간 JTBC 드라마들의 시청률 고전을 떠올려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마치 이 드라마 속 판타지처럼 죽었다 다시 회귀해 전성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JTBC 드라마는 완성도도 높지만 대중성 역시 높은 작품들이 그 특징적인 색깔이었다. <SKY캐슬(2018)>은 사교육 문제를 치열하게 다룬 작품으로 호평 받으면서도 최고시청률 23.7%의 높은 대중성까지 확보한 작품이었다. <부부의 세계(2020)>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무려 28.3%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JTBC 드라마는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 시청률에서 고전했다. 물론 호평 받는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괴물(2021)> 같은 작품이나 <인간실격(2021)> 또 올해는 <나의 해방일지>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 역시 호평을 받고 화제성도 있었지만 각각 5.9%, 4.1%, 6.7%의 최고시청률에 머물렀다.

이처럼 JTBC 드라마는 갈수록 비전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제 아무리 좋은 작품들을 쏟아낸다 해도 결국 대중적인 성취를 거두지 못하면 콘텐츠로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그것이 JTBC 드라마의 브랜드가 가진 존재감 또한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작부터 절치부심 JTBC 드라마의 야망이 느껴졌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디즈니+와 티빙에 동시에 서비스 되는 이례적인 방영이 결정되었고, 편성도 금토일 주 3회 방송이라는 파격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갈수록 주말드라마라는 판 위에서 '막내아들' 처지가 되어 뒤로 밀려나고 있던 JTBC 드라마를 단번에 그 후계구도의 맨 앞자리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반전이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회귀물 판타지 드라마의 서사를 닮았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흙수저로 비전 없이 순양그룹 오너가의 머슴 역할을 하며 살다 결국 이용당하고 살해된 윤현우(송중기)가 과거로 회귀해 순양그룹 막내손자인 진도준(송중기)으로 다시 살아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회귀물 판타지의 핵심은 결국 노력해서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해도 좀체 오를 수 없는 성장의 사다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정서가 차라리 '인생리셋'을 판타지로 꿈꾸게 하는데서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작품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것. 다시 살게 된 진도준은 그래서 이미 자신이 경험해 알고 있는 미래 때문에, 순양그룹 재벌가 후계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 속에 두각을 나타낸다.

애초 순양그룹 재벌가의 막내인 그는 장자 승계 원칙을 갖고 있는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흔들리지 않는 고집 때문에 후계 구도에는 아예 염두도 되지 않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만만찮은 실력(물론 그건 미래를 안다는 판타지에 근거하지만)으로 자신과도 맞서는 사업적 수완을 보이기 시작하자 진양철 회장은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실력으로 후계자를 정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물론 진도준은 후계자가 되기 위해 이런 수완을 보이는 게 아니다. 그는 순양그룹에 복수하려는 것이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태생으로 결정되어 가진 자가 못 가진 자 위에 군림하며 사는 그 구도를 깨려는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흥미로워지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회귀해 재벌가 막내 손자로 다시 살아가게 되지만, 윤현우(혹은 진도준)는 서민으로 살 때나 재벌가의 막내로 살 때나 그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누구 핏줄로 태어났는가가 중요하고, 누가 장자인가가 중요한 그 시스템 속에서 재벌가라고 해도 '이생망'이 아닌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결국 이 드라마가 가진 판타지는 '태생으로 결정되는 미래'라는 틀을 깨기 위해 미래를 알고 회귀해 돌아온 이가 그 태생이 아닌 실력으로 미래를 결정하는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JTBC 드라마가 부활할 수 있었다는 건 그래서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판타지와 연결되어 시사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이미 확고한 채널이 가진 공고한 존재감으로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방송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결국 극적 재미를 보여주는 콘텐츠의 힘이 이러한 구도를 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말드라마의 후계구도에 변화를 일으킨 <재벌집 막내아들>의 급부상은 그래서 그간 죽은 것처럼 보였던 JTBC 드라마가 과거 전성기로 회귀해 부활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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