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아니라지만…‘기업 쪼개기’에 주가 하락은 여전

허인회 기자 2022. 12. 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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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적분할 공시…일제히 주가 떨어져
대주주 지배력 강화 우려…“주주 환원 정책 강화해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 중구 OCI 본사 모습 ⓒ연합뉴스

최근 OCI, 이수화학, 대한제강 등 기업들이 사업부문 독립 및 지주사 설립을 위해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물적분할로 인한 반발을 의식해 인적분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이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보지 않고 주가는 하락했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CI는 지난달 23일 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 등 회사의 주력사업인 화학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화학부문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존 화학 분야의 신규 성장동력 발굴과 확장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존속법인은 지주회사 'OCI 홀딩스'로 만들어 자회사의 성장전략과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분할은 내년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제강의 인적분할 목적도 지주사 설립이다. 대한제강은 지주회사 디에이치오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신설법인 대한제강을 떼어 낸다. OCI와 대한제강이 지주사 설립에 나선 이유는 지주회사 설립 조세특례 제도 일몰이 내년으로 다가와서다. 지난해 정부는 2023년 말까지 적격 요건을 갖춰 주식 현물출자 등 방식으로 지주사를 전환할 경우 과세이연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너가 지주사 지분을 처분해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과세를 이연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혜택으로 볼 수 있다.

이수화학은 다소 다르다. 이수그룹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이수화학은 정밀화학사업을 떼어 내 성장성이 높은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맡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라는 회사를 신설할 계획이다.

지주사 설립과 주력 화학 사업 부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분할 공시 이튿날인 지난달 24일 OCI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96% 떨어졌다. 등락을 거듭한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인적분할 공시일 대비 9% 넘게 빠졌다. 비슷한 시기에 인적분할을 발표한 대한제강과 이수화학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과 29일 각각 인적분할을 발표한 대한제강과 이수화학도 이튿날 주가가 0.38%, 4.8% 떨어졌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어 논란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셈이다.

"인적분할 통해 자사주 마법으로 대주주 지배력 강화"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대주주의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이라는 보고서에서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는 빈번하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우호적 주주에게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특히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인적분할과 이어지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인적분할 이전에 비해 각각 15%포인트, 11%포인트 증가해 지배력이 크게 상승했다.

OCI와 대한제강 주주들도 이를 우려한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OCI 지분은 5.04%에 그친다. 향후 OCI 지분을 내놓고 OCI홀딩스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를 통해 OCI를 지배하는 것이다. 대한제강의 자사주 지분율은 24.6%다. 주주들은 이 자사주를 신설법인의 지분과 교환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적분할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장기업은 2.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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