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트랜스포머 투수의 포효, 영웅들의 혼을 깨웠다

2022. 12. 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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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코치 할 때부터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키움이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우완 최원태의 지분도 상당했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26경기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75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최근 수년간 잔부상으로 풀타임 선발등판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 막판에는 아예 구원투수로 전업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등판 간격이 다소 불규칙해 균일한 경기력을 내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8월 말 골반 부상으로 이탈한 뒤 9월에 불펜으로 변신했을 때도 좋은 행보는 보여주지 못했다. 9월 이후 5경기서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서 최원태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면서 스피드도 좀 더 나왔고, 투심과 변화구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효율을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LG와의 플레이오프부터 필승조가 됐다. 사이드암 김동혁과 함께 마무리 김재웅을 뒷받침하는 가장 안정적인 카드로 거듭났다. 2경기서 3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선발투수 출신이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까지 발휘했다.


SSG와의 한국시리즈 4경기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36으로 무너지긴 했다. 그러나 이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모된 상태였다. 필승조로서 타이트한 경기를 잇따라 준비하고, 대기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루틴이 익숙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누구도 최원태를 탓하긴 어려웠다.

최근 포스트시즌을 돌아본 홍원기 감독은 최원태의 투구내용보다도 기백에 주목했다. 홍 감독이 기억하는 평소의 최원태는 차분한 선수다. 홍 감독은 투수 출신도 아니고, 수비코치 출신이다. 그러나 이 팀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수많은 선수를 만났다. 현대 마지막 멤버이자 히어로즈 창단부터 프런트, 지도자로 함께해왔다.

홍 감독은 “(포스트시즌서)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세 가지 정도 있었는데, 임지열의 대타 홈런, 김재웅의 번트 수비 다음으로 최원태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코치 할 때부터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막 포효하더라”고 했다.


최원태는 평소 마운드에서 조용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서는 삼진이나 범타로 타자들을 처리한 뒤 유독 큰 액션을 많이 취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동료들의 전투력까지 올리는 무형의 효과가 있었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세리머니가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는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단기전은 기세의 싸움이란 걸 감안하면 최원태의 승부처 호투와 포효가 키움 덕아웃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분명히 있었다.

다른 투수들도 과감하게 세리머니를 했지만, 평소에 과감한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선수가 큰 액션을 취하니 감독도 놀랐다. 홍 감독은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런 최원태의 헌신에 고마운 마음이 가득한 걸 알 수 있었다.

최원태는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다.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돌아가는 게 맞다. 올해 포스트시즌의 좋은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풀타임 선발로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원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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